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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언 음악감독 |
예를 들면 어딘가를 빠르고 편리하게 이동하기 위한 자동차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엔진을 움직이게 하는 연료가 필요하다. 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보내기 위한 에어컨을 작동시키기 위해서는 전기를 사용해야 하고 전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딘가에서 에너지를 끌어와야 한다. 어쩌면 우리의 삶이 점점 더 편안해질수록 우리 미래세대의 아이들의 세상은 점점 더 불편해질 것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내가 ‘낮춰요 프로젝트’를 시작한 지도 벌써 몇 년이 지났다. 처음 시작은 훌륭한 싱어송라이터들과 함께 기후위기를 고민하고 생각하면서 그 생각을 바탕으로 곡을 만들고 그것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행동하는 환경음악캠페인 운동이었다. 함께 해준 많은 아티스트들이 있었고 지지해 주는 시설과 단체들이 있었다.
많은 사람들과 무언가를 공유하는 방법 중 효과적인 방법은 예술의 힘을 빌리는 것이다. 더욱이 음악은 많은 이들의 마음을 열게 만들고 그들의 감성에 침투하여 큰 영향을 끼치는 매력을 갖고 있는 예술의 형태이다. 올해만 해도 벌써 몇 곳의 환경단체나 기획사에서 환경음악캠페인 ‘낮춰요 프로젝트’에 관심을 갖고 함께 해보자는 의견을 주신다. 아주 감사한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그만큼 기후가 우리의 삶에 더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의 반증일 것이다.
그 와중에 얼마 전 기후위기와 생태환경 공연 관련한 회의에 자문위원으로 참여하였는데 한 여름이었는데도 회의장 안은 에어컨을 어찌나 강하게 작동 시켰는지 추워서 몸을 움츠릴 정도였다. 그렇다. 우리는 어쩌면 기후위기, 기후변화, 탄소중립 등등을 이야기하면서 이것들을 또 다른 돈벌이의 수단이나 예술의 소재정도로 사용하고 있는지 모른다. 우리 삶에서의 실천이 점점 더 절실해지고 있다.
낮춰요 프로젝트도 이런 아이러니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작년에 아티스트들과 함께 했던 낮춰요 프로젝트 공연에서는 한 여름에 에어컨을 사용해 냉방하지 않고 건물의 주차장을 공연장으로 활용하고, 버려진 팔레트를 무대 바닥에 깔아 재활용 악기들을 활용해 연주했으며, 관객들은 감사하게도 모든 분들이 텀블러를 지참해 함께 물을 나눠 마시며 공연을 했었다. 광주시립미술관에서 내가 수집한 기타들을 전시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도 내가 만든 재활용 기타 2대를 함께 전시했었다. 이 기타를 만들 때 내 나름대로는 절대로 새로운 재료를 사지 않고 나사 하나까지도 내가 가지고 있거나 버려진 물건으로 만들자는 나만의 다짐이 있었다. 이 다짐을 지켰거나 아니면 지킨 척하는 것은 어쩌면 아티스트의 삶의 양심일 것이다. 양심을 버리면서까지 보여주기 위한 예술 행동을 한다면 더 이상 그 행위는 예술로서의 가치를 상실할 것이다.
위에도 언급했지만 어떤 상황을 소재로 활용하여 보여주는 예술을 하느냐, 그 상황 안으로 되도록 깊이 들어가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경험하고 고민하느냐는 하늘과 땅 차이다. 나 또한 이 글을 쓰면서도 많은 반성과 고민을 한다. 지구 전체를 한꺼번에 바꿀 수는 없지만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나씩 하나씩 해나가는 것이 언젠가는 큰 힘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몇몇 물 부족 국가에서는 물을 독점하고 그 물을 고가에 거래하며 이익을 챙기는 집단들이 등장한다. 물이 부족한 현실이 어떤 이들에게는 돈벌이의 수단이 되는 것이다. 이들은 소위 ‘워터 마피아’라고 불리 운다. 어쩌면 자연이라는 신이 준 위대한 선물이 인간이 망가트리고 있는 지구를 붙잡고 있는지도 모른다.
점점 더 뜨거워지는 지구는 나에게 기후위기를 활용하여 보여주는 예술 활동을 멈추고 좀 더 불편한 삶 속에서 자연과 함께 살아가며 수행하는 수도자 같은 음악인이 되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만 같다. 언젠가 인류가 멸망하여 보고 듣고 느끼고 공감하는 사람이 없어진다면 예술과 음악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누군가가 편해지면 누군가는 불편해진다. 우리가 편안한 삶을 누림으로써 불편해지는 또 다른 누군가는 바로 우리 아이들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