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권익위원 칼럼]유유상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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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권익위원 칼럼

[독자권익위원 칼럼]유유상종

최총명 상담학박사·허그맘허그인심리상담센터 광주무등점 원장

윤석열 전 대통령은 불법 계엄을 선포한 뒤 지난 4월 4일 헌법재판소에서 8인의 전원 일치 판결(헌법 제65조 4항에 의거)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파면됐다. 이는 대한민국 헌정사에 중대한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으며, 현재 불법 계엄 및 내란행위 혐의와 배우자 관련 비리 의혹까지 포괄하는 특검 수사가 진행 중이다. 분명한 사실은 이 모든 사안들이 단순한 정치 공방이 아니라, 실제로 부정한 행위가 있었는지를 가려내기 위해 본격적으로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상식적으로 문제가 없는 사안이라면 국가의 행정력과 사법 자원을 이처럼 낭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통상적으로 정권 교체 직후에는 ‘정적(政敵)’에 대한 문제를 어느 정도 유예하거나 넘어가는 것이 정치적 관례였다. 그러나 이번 사안은 그 같은 범례에 속하지 않는다. 윤 전 대통령 재임 기간 동안 제기된 의혹들은 단순한 소문을 넘어 구체적인 정황과 증거가 여러 차례 드러났다. 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 순방 시 민간인 동행, 배우자의 주식 거래 의혹, 처가 재산 관련 문제, 해외 투자, 대선 과정의 후견인 논란 등 굵직한 사건들이 국정감사와 청문회에서 거듭 제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묵살되거나 사실관계를 흐리는 답변으로 넘어가곤 했다. 이러한 반복된 행태가 결국 파면 직후부터 신속한 수사 착수로 이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와는 별개로 윤 전 대통령 파면 이후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통해 각각 새로운 당 대표를 선출하며 분위기 쇄신과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이 과정은 정치적 전환점일 뿐만 아니라 심리학적으로도 흥미로운 의미를 갖는다. 지금의 상황은 ‘유유상종(類類相從)’의 현상이 극명하게 드러난 시점이라 할 수 있는데, 심리학에서는 이를 ‘공감 편향성’이라 부른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로서 평상시에는 편향성을 크게 드러내지 않지만, 특정한 사회적 조건이 충족되면 자신과 생각이 일치하는 집단에 강하게 공감하고 동조한다. 반대로 자신과 다른 집단에는 적대적인 태도를 취하게 된다.

진화론을 주장한 다윈은 저서 ‘인간의 유래’에서 ‘타인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구성원이 많은 부족이 그렇지 못한 부족을 이기고 진화에 성공한다’고 서술한 바 있다. 즉 공감과 협력은 집단의 생존과 발전을 가능하게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공감은 내부적으로 결속과 관용을 강화하는 동시에 외부 집단에 대해서는 적개심과 배제를 강화하는 이중적 성격을 지닌다. 이는 정치적 맥락에서 혐오의 정치, 갈라치기, 사회적 분열로 이어질 수 있다. 인간의 본성 속에 내재된 이 편향성은 약 700만년 전 인류가 침팬지와 분리되기 전부터 존재해 왔으며, 오늘날 침팬지 사회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난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내부 결속을 위해 외부를 적대화하는 본성이 정치적 선동의 도구로 활용될 경우 사회 전체가 갈등과 분열에 빠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현재 우리 사회는 간신히 위기의 고비를 넘어선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수 경기는 여전히 침체되어 있으며, 연이은 산업재해와 폭우 피해, 대외적으로는 미국과의 관세 협상 등 국가적 과제가 산적해 있다. 새로운 정부는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고, 동시에 과거 권력에서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은 불법과 비리를 규명하는 수사도 병행하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냉정한 태도다. 진실과 사실에 집중하며 좌고우면하지 않는 자세가 국가를 정상 궤도로 올려놓는 데 필수적이다. 집권 세력 또한 “적당히 하고 넘어가는 것”이 훗날 자신을 위한 보험이 될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정치적 편의주의적 태도는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다.

오늘날 우리 사회가 직면한 과제는 단순히 정권 교체가 아니라, 정의와 진실을 바로 세우는 일이다. 집권 세력과 야당 모두 상대를 혐오하거나 분열을 조장하는 방식으로 단기적 결집을 꾀할 것이 아니라, 국민 전체의 신뢰를 얻는 길로 나아가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위기를 넘어 미래로 향하는 올바른 길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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