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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트레킹 금오도 4코스 출렁다리. 사진제공=전남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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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해안 푸른 바다와 마주보고 있는 금오도 비렁길. 사진제공=전남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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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수 금오도 전경. 사진제공=전남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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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섬 트레킹을 즐기기 위해 금오도 출렁다리를 찾은 방문객들. 사진제공=전남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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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수 금오도 비렁길. 사진제공=전남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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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수 금오도 마을 전경. 사진제공=전남도 |
여수시 남면 바다 위, 거대한 거북 한 마리가 동해를 향해 헤엄쳐 나가는 형상을 한 섬이 있다. 바로 금오도(金鰲島)다. 섬의 지형이 마치 황금 거북을 닮았다고 해 붙여진 이름처럼, 이곳은 예부터 범상치 않은 기운을 간직한 곳으로 통했다.
금오도의 역사는 ‘봉산(封山)’이라는 한 단어로 요약된다. 조선 시대, 금오도는 왕실의 관을 짜는데 쓰이는 황장목(黃腸木)이 자라는 곳이라 해 민간인의 출입과 벌채가 엄격히 금지된 봉산이었다. 고종 22년(1885년) 봉산이 해제될 때까지 약 수백 년 동안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았던 덕분에, 금오도는 원시의 숲과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태고의 신비로움을 고스란히 간직할 수 있었다.
당시 사슴이 많아 ‘포록도’라 불리기도 했던 이곳에 처음 터를 잡은 이들은 봉산 해제와 함께 이주해 온 20여 가구의 선구자들이었다. 그들은 척박한 비탈진 땅을 일구며 생존의 터전을 마련했고, 오늘날 우리에게 ‘비렁길’이라는 경이로운 유산을 남겨주었다.
△벼랑 끝에서 만나는 삶의 길…‘비렁길’의 미학
금오도를 상징하는 단어는 단연 ‘비렁길’이다. ‘비렁’은 벼랑을 뜻하는 여수 사투리다. 마을과 마을을 잇기 위해 주민들이 깎아지른 절벽 위로 아슬아슬하게 내던 이 길은 이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명품 트레킹 코스가 됐다.
함구미마을에서 시작해 장지마을까지 이어지는 총 5개 코스(18.5㎞)는 저마다 다른 매력을 뽐낸다.
제1코스(함구미~두포, 5.0㎞)는 금오도 비렁길의 정수를 맛볼 수 있는 길이다. 미역을 널기 위해 바위로 오르내리던 ‘미역널방’에 서면 발아래로 부서지는 파도와 끝없이 펼쳐진 다도해의 풍광에 압도된다. 수백 년 된 팽나무와 가옥의 흔적이 남아있는 신선대는 이름 그대로 신선이 머물다 갈 법한 운치를 자아낸다.
제2코스(두포~직포, 3.9㎞)는 굴등전망대를 지나며 만나는 촛대바위와 직포해변의 소나무 숲이 일품이다. 이곳의 소나무는 해풍을 견디며 뒤틀린 채 자라나 강인한 생명력을 온몸으로 증명한다.
제3코스(직포~학동, 3.5㎞)는 가장 짜릿한 구간이다. 갈바람통 전망대에서 비렁다리(출렁다리)를 건너며 벼랑 아래 깊은 바다를 내려다보면 심장이 요동친다. 동백나무 터널은 봄이면 붉은 꽃송이를 뚝뚝 떨어뜨리며 낭만적인 레드카펫을 깔아준다.
제4·5코스(학동~장지, 6.1㎞)는 안도와 연결된 안도대교의 전경과 함께 고요한 어촌 마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구간이다. 해안선을 따라 걷다 보면 자연의 소리와 나의 숨소리만이 존재하는 명상의 시간과 마주하게 된다.
△해풍 먹고 자란 ‘방풍’의 향연
금오도의 봄은 코끝에서 시작된다. 갯바람을 맞으며 자라 향이 진하고 약성이 뛰어난 ‘방풍나물’ 덕분이다. 금오도는 전국 방풍 생산량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주산지다.
예부터 풍을 예방한다고 하여 방풍(防風)이라 불린 이 나물은 금오도 주민들에게는 효자 작물이다. 밭마다 푸르게 돋아난 방풍잎은 금오도의 들판을 초록빛으로 물들인다. 이곳에서 맛보는 방풍 전, 방풍 장아찌, 방풍 막걸리는 금오도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미식의 즐거움이다.
특히 4월과 5월 사이, 가장 부드러운 순을 따서 무쳐낸 방풍나물은 쌉싸름하면서도 달큰한 뒷맛으로 봄철 입맛을 돋우기에 충분하다. 금오도 사람들의 거친 손마디는 이 방풍을 일구며 섬을 지켜온 훈장과도 같다.
△2026 여수세계섬박람회, 금오도가 그리는 미래
금오도는 이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다가오는 ‘2026 여수세계섬박람회’의 주요 거점으로서, 섬의 원형을 보존하면서도 지속 가능한 발전을 도모하는 ‘K-Islands’의 모델이 되고자 한다.
여수시는 금오도의 비렁길을 세계적인 걷기 여행지로 격상시키기 위해 정비에 힘쓰고 있으며, 최근에는 섬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섬 1박 3식’ 프로그램과 마을 민박 연계 사업을 통해 관광객들에게는 진정한 휴식을, 주민들에게는 활기찬 경제적 기반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섬, 바다와 미래를 잇다’라는 박람회 주제에 발맞춰, 금오도는 탄소 중립 섬으로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자연 그대로의 숲과 바다를 지키는 것이 곧 미래 경쟁력이라는 믿음 아래,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느리게 걷고 깊게 사유하는 ‘슬로우 투어리즘’의 성지로 거듭나고 있다.
△벼랑은 끝이 아니라 ‘시작’
섬 주민은 비렁길에 대해 “우리 조상들에게는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내야 했던 고통의 길이었지만, 지금은 우리를 살리는 축복의 길이 되었다”고 말한다.
깎아지른 절벽에 몸을 기댄 채 살아온 금오도 사람들에게 벼랑은 절망의 끝이 아니라, 바다로 나아가는 시작점이자 하늘과 맞닿은 가장 높은 삶의 터전이었다. 수백 년간 금기의 시간을 견디며 스스로를 지켜온 이 섬은 이제 현대인들에게 “잠시 멈춰 서서 삶의 비렁을 보라”고 속삭인다.
봄의 따스한 햇살이 금오도의 황금빛 거북 등을 비출 때, 우리는 이곳에서 자연의 위대함과 인간의 의지가 만들어낸 가장 아름다운 협주곡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전남의 보물섬, 금오도는 박람회라는 큰 무대를 통해 이제 세계의 보물섬으로 나아갈 준비를 마쳤다.
박정렬 기자 holbul@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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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4.30 (목) 12:5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