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지역 경제의 경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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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일반

[취재수첩]지역 경제의 경고장

김은지 산업부 기자

김은지 산업부 기자
‘파산’은 결코 쉽게 내리는 결정이 아니다. 누구도 처음부터 법원의 문을 두드리지 않는다. 대출로 메우고, 가진 자산을 처분하며 어떻게든 일상을 돌려보려 안간힘을 쓴다. 그럼에도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한계에 직면했을 때 비로소 선택하는 최후의 보루다. 그렇기에 늘어나는 파산 통계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우리 경제가 보내는 구조 신호에 가깝다. 최근 광주회생법원에 접수된 통계가 무겁게 다가오는 이유가 여기 있다.

올해 들어 개인파산 접수 건수는 2월 134건에서 4월 213건까지 가파르게 늘었고, 5월에도 그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법인파산 역시 꾸준히 고개를 든다.

특히 광주·전남은 자영업과 소상공인의 비중이 높아 소비 위축의 타격을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깊게 받는다. 소비 둔화가 상권의 매출 감소로, 이는 다시 폐업과 가계 채무 악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이다. 여기에 지역 경제의 파급효과가 큰 건설경기 침체까지 맞물리면서 협력업체와 현장 노동자들의 생계까지 연쇄적으로 얼어붙고 있다.

더 우려스러운 점은 개인과 기업이 동시에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개인파산은 가계의 위기를, 법인파산은 기업의 위기를 의미한다. 두 지표가 함께 증가하는 현상은 소비와 투자, 고용이 모두 위축되는 국면에서 주로 나타난다. 단순히 빚을 갚지 못하는 사람이 늘었다는 의미를 넘어 지역경제의 활력이 전반적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신호로 읽히는 이유다.

파산은 개인의 실패로만 치부할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구조적 침체가 한계에 달했을 때 사회가 보내는 마지막 경고장에 가깝다. 누군가의 무리한 선택보다 더 자주, 장기화된 경기 침체와 구조적 어려움이 그 배경에 자리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사람이 무너졌는지 숫자를 세는 일이 아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사람이 파산했는지를 세는 일이 아니라 왜 이들이 더 이상 버티지 못했는지를 들여다보는 일이다. 파산 신청서가 늘어날수록 우리가 읽어야 하는 것은 채무자의 이름이 아니라 지역경제의 체력이다. 그리고 그 경고를 외면할수록 회복의 시간은 더욱 길어질 수밖에 없다.
김은지 기자 eunzy@gwangnam.co.kr         김은지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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