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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다솔 포스코미술관 광양 큐레이터 |
그동안 내가 이해해온 ‘지역’은 수도인 서울과 구분되는 물리적 환경이었고, ‘지역성’은 한 지역에 오랫동안 거주하며 자연스럽게 체득하는 감각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익숙한 환경을 떠나 정착하게 된 광양에서 보낸 지난 1년은, 지역과 지역성이 처음부터 주어지는 배경이나 특성이 아니라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시간을 축적하며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임을 깨닫게 했다.
광주는 오랜 시간 쌓아온 예술 담론과 미술 생태계가 축적된 도시라면, 광양은 산업 도시라는 정체성 위에서 이제 막 문화예술의 가능성을 하나씩 만들어가는 도시에 가깝다. 광주에서는 이미 형성된 미술 생태계를 ‘읽는 일’이 중요했다면, 광양에서는 생태계를 ‘만드는 일’이 필요해보였다. 그렇기에 새롭게 문을 연 미술관에서 기획자의 역할은 지역성을 지닌 예술 생태계를 만들어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포스코미술관 광양은 지난해 4월 개관한 신생 미술관으로서, 개관 이후 지난 1년 동안 다양한 전시와 전시 연계프로그램, 문화행사 등을 통해 예술을 매개로 지역과의 접점을 하나씩 넓혀왔다. 그 시간은 미술관이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시간이면서 동시에 광양과 관계 맺는 방식을 배워가는 시간이기도 했다. 이처럼 미술관이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공간이라면, 개관 1주년 기념 전시는 앞으로 미술관이 지역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떤 방식으로 관계를 확장해나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한 고민을 담아 기획한 전시가 바로 '상상으로 엮인 지도: Where stories meet'였다.
전시의 핵심 키워드는 ‘지도’다. 지도는 우리에게 최적의 경로와 방향을 안내해주는 ‘도구’이면서 미처 알지 몰랐던 새로운 루트와 풍경을 발견하게 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이러한 장치의 맥락에서 전시는, 지도의 의미를 정답을 이야기하는 ‘안내서’보다 다양한 경로와 가능성이 중첩되는 ‘하나의 장(場)’으로 읽어내고자 하였다. 신생 미술관이 지역과 관계 맺는 일 역시 정답을 향해 나아가는 여정이라기보다 오히려 다양한 시도와 발견을 통해 길을 찾는 과정에 가깝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전시는 지도가 지닌 여러 가능성에서 출발했지만, 동시에 공간을 어떻게 경험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기도 했다. 포스코미술관 광양은 6m의 높은 층고와 1∼2층으로 이어지는 입체적인 동선을 지니고 있다. 창의 유무에 따라 달라지는 층별 분위기와 그 사이를 잇는 긴 계단은 전시장을 하나의 여행처럼 경험하게 만든다. 이러한 특성을 바탕으로 관람객은 자신의 선택에 따라 전시 동선을 만들고 저마다의 지도를 완성해나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전시를 능동적으로 경험한다는 것은 단순히 작품 감상을 넘어 전시를 매개로 미술관이 지역을 새롭게 만나는 과정이기도 하다.
전시에 참여한 네 명의 작가는 각각 광주와 서울이라는 특정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지만, 이들을 선정한 이유는 그 지역을 대표하기 때문이 아니었다. 오히려 각자가 자신의 위치에서 출발해 다양한 도시와 국가, 프로젝트를 오가며 작업 세계를 확장해왔다는 점에 주목했다. 작가들이 자신의 지역을 출발점 삼아 활동 영역을 넓혀왔듯, 미술관 역시 광양이라는 지역을 기반으로 더 많은 사람과 예술, 경험이 만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처럼 전시를 통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완성된 지역의 모습이 아니라 지역이 만들어지는 과정이었다. 지역의 문화는 특정한 풍경이나 소재를 재현한다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예술과 지역이 관계를 맺고 경험을 축적하는 과정 속에서 비로소 형성된다. 미술관 역시 처음부터 지역성을 가진 공간이 아니라 지역과 함께 관계를 만들어가며 자신의 역할을 찾아가는 공간이 되어야 할 것이다.
광양에서 보낸 지난 1년은 지역을 새롭게 배우는 시간이었다. '상상으로 엮인 지도: Where stories meet'는 그 배움의 과정에서 이어진 하나의 시도였다. 익숙한 도시를 떠나 다른 지역에서 미술관을 만들어가는 경험은 지역이란 결국 누군가가 오래 머물렀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 함께 시간을 보내고 관계를 쌓으며 만들어지는 것임을 다시 생각하게 했다. 어쩌면 지역을 그린다는 것은 이미 완성된 지도를 펼쳐 보이는 일이 아니라 아직 그려지지 않은 길을 함께 걸으며 하나의 지도를 완성해나가는 일인지도 모른다.
양다솔 gn@gwangnam.co.kr 양다솔 gn@gwangnam.co.kr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2026.07.30 (목) 18: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