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표지 |
여러 시편들 중 우선 짧은 시편들이 군더더기 없이 읽혔다. 시상을 꺼낸건가, 아니면 꺼내다 만 건가 헷갈리기도 했지만 두 세번 읽어본 결과 시인이 전하고자 하는 시적 메타포를 짐작할 수 있었다. 시의 길이는 짧지만 여운이 길면 성공한 시가 아닐까 한다.
시인은 ‘허기진 나뭇잎들이/텅 빈 속을 채우러 한 곳으로 모여 들었다’(‘지석강 휴게소’)거나 ‘맛조개를 까던 비릿한 손이 방문을 덜컥 열어 주었다’(‘도초에서’)는 시 길이가 1행 또는 2행에 불과하다. 텅 빈 속을 채우는 일이나 방문을 열어주는 일에서 우리들의 소소한 일상이 노정된다. 짧지만 시적 여운을 길게 당기는 작품들로 손색이 없다.
표제시인 ‘물고기 사슴’은 주체가 시적 자아에 이입돼 객체를 바라본다. ‘늙은 사슴의 눈으로 물고기처럼 헤엄을 치고 있지//어디든 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살지만/주어진 곳은 방 한칸인 어항 뿐이야’라고 노래한다.
이번 시집은 표제인 ‘물고기 사슴’을 비롯해 ‘달을 불러 보았다’, ‘폐차장은 바람부는 날 가야 한다’, ‘골목에 숨어들기 위해서다’ 등 제4부로 구성됐으며, 65편의 작품이 수록됐다.
천 시인은 자서를 통해 “나의 시 세계는 얼어붙은 기억과 감정을 녹이며 은사시나무 길을 지나오고 있다. 사직동 플라타너스는 우람한 그늘이 돼 줬고 별과 해바라기, 목이 긴 해안선을 바라본 날들로 가슴은 벅차 올랐다”면서 “앞으로도 더 많이 아파하고 더 자주 피어나야겠다”고 전했다.
강나루 시와사람 편집장 겸 문학평론가는 해설을 통해 “시인의 ‘물고기 사슴’은 끼니를 건져 올리던 노동의 물결과 사랑하는 사람을 데려간 죽음의 물결이 한데 겹쳐, 대문 틈으로 들어와 밥상 곁에 앉고, 숟가락과 신발, 이불 밖의 맨발에도 이미 떠난 사람의 온기가 희미하게 남음으로써 죽은 이는 돌아오지 않는다”면서 “하지만 그의 자리를 기억하는 물과 사물이 산 사람의 하루를 오래 붙든다는 사실을 보여주고자 애쓰고 있다”고 평했다.
천화선 시인은 완도 출생으로 광주대 대학원 문예창착학과를 졸업, 2009년 ‘시와사람’으로 등단했으며, 시집 ‘저녁의 가방’, 동시집 ‘겨울비 언니’를 펴냈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고선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2026.09.28 (월) 14: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