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원전 사용후핵연료 대책은?]"사용후 핵연료 저장시설 포화…대책 서둘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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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빛원전 사용후핵연료 대책은?]"사용후 핵연료 저장시설 포화…대책 서둘러야"

<4>전문가 제언-김진 산업통상자원부 원전전력기획관
2030년 1월 포화 예상…건식 저장소 빨라야 2029년 말
부지 확보 실패시 가동 중단…고준위특별법 제정 기대

김진 산업통상자원부 원전전력기획관
김진 산업통상자원부 원전전력기획관


국내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국민적 인식은 마냥 좋지는 않다. 크고 작은 사고가 잇따르는 탓이다.

이 때문에 원전 사업은 ‘원활한 에너지 공급’이라는 긍정적 기능에도 불구하고 늘 반대 여론에 부딪쳐 왔다.

정부는 이런 부정적인 여론을 극복하기 위해 고심하면서도 에너지 대란을 막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그 중 가장 큰 현안사업은 사용 후 핵연료 저장시설 신설과 고준위 방폐장 부지 확보다.

이에 대한 정부의 입장과 향후 계획을 김진 산업통상자원부 원전전력기획관을 통해 알아본다. <편집자 주>



-사용 후 핵연료 저장시설의 포화 시점은.

△1978년 고리원전 1호기 상업운전 시작 이후 올해 6월까지 원전 내에 쌓인 사용 후 핵연료가 이미 1만9293t에 달한다. 포화는 2030년부터 순차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

이와 관련 한국방사성폐기물학회는 지난해 2월 한빛원전, 한울원전, 고리원전, 월성원전, 신월성원전, 새울원전의 예상 포화시점에 대해 각각 2030년, 2031년, 2032년, 2037년, 2042년, 2066년이라고 발표했다.

특히 한빛원전의 경우 포화 시점을 2030년 1월로 보고 있어 시간이 매우 촉박하다.

현재 수명 연장에 따른 사용 후 핵연료 관리를 위해 한빛, 한울, 고리원전의 경우 2030년 운영 개시를 목표로 부지 내에 건식 저장소 건설을 추진 중이다. 현재는 설계 단계다.

다만 궁극적 문제 해결을 위해 ‘고준위 방폐장’ 확보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고준위 방폐장 부지선정 절차를 비롯해 유치 지역 지원 방안 등을 포함하는 고준위 특별법 제정이 선결 과제다.



-고준위 특별법 미제정 시 법적 근거가 없어 건식 저장소도 짓지 못하는 것 아닌가.

△건식 저장소는 원자력안전법상 관계 시설에 해당해 건설 변경 허가를 통해 발전 사업자인 한수원이 건설할 수 있다.

하지만 현행법에는 건식 저장소 건설 시 지역주민 지원 방안이나 주민 의견 수렴 절차 등이 규정돼 있지 않다. 이와 달리 고준위 특별법에는 이 내용이 포함돼 주민 의견 수렴 절차와 지원 방안을 명확히 하려 한다.

건식 저장소 건설이 불가능하다면 원전 가동 정지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진다면 국내 산업 전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 차질 없는 건설이 필요하다.

건식 저장소 건설 과정상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승인이 가장 중요하다. 한빛원전의 경우 승인 절차의 시간을 최소로 잡았을 때, 지금 당장 시작해도 완공은 2029년 말까지로 예상한다.

설계 용량은 2043년까지 한빛원전을 가동할 때 발생하는 사용 후 핵연료의 양을 최소한으로 잡아 설계됐다. 어차피 건식 저장소는 잠깐 보관하는 곳이기에 굳이 크게 지을 필요가 없다.

일각에서 건식 저장소가 사실상 영구방폐장이 되는 게 아니냐고 우려하지만 건식 저장소는 고준위 방폐물 중간저장시설 준공 전까지 불가피하게 운영되는 ‘한시적 시설’로 영구 방폐장이 전혀 아니다.

이런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고준위 특별법’이 제정된 뒤 방폐장 부지 선정 절차에 신속히 착수할 방침이다.



-궁극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선 고준위 방폐장 확보가 필요해 보인다. 구체적인 계획은.

△박근혜·문재인 정부에서 10년에 걸친 공론화를 거쳐 현 정부는 지난 2021년 12월 ‘제2차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기본계획에선 고준위 방폐장 부지 선정 절차 착수 이후 37년 내 처분 시설 확보를 위한 세부 로드맵을 제시하고 있다.

부지 확보 시점은 착수로부터 13년, 중간저장시설 확보는 20년이다. 핵심인 부지 선정 절차 13년에 대해선 부적합지역 우선 배제 1년, 부지 공모 및 주민 의견 확인 2년, 부지 적합성 기본조사 5년, 부지 적합성 심층조사 4년, 주민 의사 최종 확인 후 부지 확정 1년으로 짜여 졌다. 이 밖에도 고준위 방폐물 관리에 필요한 기술 개발 및 인력 양성 등에 관한 내용도 포함됐다.

또 고준위 방폐장 확보를 위해 특별법 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10년에 걸친 공론화 결과 ‘법제화를 통한 고준위 방폐장 부지 선정 절차 추진’이란 권고안이 나왔다.

앞서 부지 선정 절차 등에 대한 법적 근거 부재로 9차례의 방폐장 부지 선정 실패를 겪었던 반면, 중·저준위 방폐물 처분시설 유치지역지원 특별법 제정을 통해 경주 중·저준위 방폐장 부지 선정이 성공한 것에 비춰보면 법적 근거는 필요하다.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특별법 제정 노력이 있었지만 결과는 없었다. 현재 상황은.

△당시 여·야에서 각각 2건의 법안을 발의했다. 국회 상임위에서 11차례 법안소위 및 2차례 공청회를 통해 2개 쟁점을 제외하곤 합의에 이르렀다.

2개 쟁점은 원전부지 내 사용 후 핵연료를 저장할 건식 저장소의 규모와 고준위 방폐물 관리시설인 중간저장시설과 처분시설 확보, 목표 시점의 명시 여부였는데, 이것도 21대 국회 마지막께 합의에 근접했다. 그러나 회기 종료로 법안들은 결국 자동 폐기됐다.

22대 국회에서도 여·야가 5개 법안을 발의(국민의힘 김석기·이인선·김성원·정동만 의원,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의원)했고, 특별법의 중요성과 시급성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된 상태다.

이 5개의 법안은 21대 국회 당시 여·야 합의안에 기반하고 있어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또 해당 법안에 정부 입장도 반영돼 있는 만큼 정부와 국회가 긴밀히 협력한다면 신속한 법 제정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 기본계획과 고준위 특별법은 어떤 차이가 있는가.

△현행 방사성폐기물관리법(제6조)는 산업부 장관이 5년마다 방폐물 관리 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규정돼 있다.

제7조는 기본계획에 따른 시행계획을 방폐물 관리사업자가 매년 수립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기본계획은 내부적으로 방폐물 관리정책의 기본방향을 제시하는 비구속적 계획에 해당한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제2차 고준위 방폐물 관리 기본계획은 부지 선정 절차 등 대외적 구속력을 갖춘 특별법 제정 요구를 명시하는 것이고, 특별법은 부지 선정 절차나 유치 지역 지원, 전담조직(관리위원회) 설치 등을 포함해 향후 고준위 방폐물 제반 관리를 위한 법적 근거라고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원전과 관련해 하고 싶은 말은.

△일각에서 주장하는 한빛원전을 비롯해 국내 원전과 관련된 사안에 대한 공론화가 제대로 안 됐다는 부분에 대해선 동의하기 어렵다.

2번의 공론화를 통해 내려진 결론은 법 제정을 통해 고준위 방폐장에 대한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현 정부도 이를 무시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에 원자력 발전이 들어가기 위해서는 특별법이 필요하고 이를 통해 예산 확보에 유리한 녹색 채권을 발행한다는 주장은 EU의 사례를 바탕으로 나온 것 같은데, 여건이 우리나라와 많이 다르다.

특별법을 통해 원자력 발전이 녹색 에너지에 들어간다면 정책적으로 긍정적 효과는 당연히 있겠지만, 원전을 짓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의 경우 녹색 채권이나 한수원의 회사채는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윤용성 기자 yo1404@gwangnam.co.kr영광=정규팔 기자 ykjgp98@gwangnam.co.kr        윤용성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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