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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희 ㈜섬섬바이오 대표 |
사람들은 더 이상 향이나 제형, 포장만으로 화장품을 고르지 않는다. 어떤 성분이, 어떤 원료가, 어디에서 왔는지를 묻고 그 제품이 피부뿐 아니라 환경에도 이로운지를 따진다. ‘친자연주의’는 더 이상 마케팅 수사가 아닌, 화장품 산업의 생존 조건이자 시대의 윤리다.
전남바이오산업진흥원에 둥지를 튼 ㈜섬섬바이오(대표 최문희)는 단순히 ‘천연’이나 ‘비건’을 앞세우는 화장품 기업이 아니다.
‘사람, 자연, 환경의 조화로움’을 경영 철학으로 삼고, 지역 자생식물에서 유효성분을 추출, 실질적인 피부 개선 효과를 내는 기능성 화장품을 개발한다.
이는 회사의 이름에서도 알 수 있는데 섬섬바이오에서 ‘섬’은 흔히 엑셀에서 많이 사용하는 숫자를 더하는 함수 값의 ‘섬(SUM)’이다. ‘기술과 기술을 더하고, 사람과 사람을 더하고, 마음과 마음을 더하겠다’는 의미가 담겼다.
㈜섬섬바이오는 식물성 원료의 기능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인체적용시험과 논문, 특허를 통해 모든 제품에 신뢰성을 부여한다. 화학 기반이 아닌 데이터 중심으로 승부하며, 현재까지 국내 및 국제학술지 80편 게재, 관련 특허 20여 건을 보유하고 있다.
비자나무, 생달나무, 붉가시나무, 동백나무 등 전남지역에서 자생하는 식물들로 만든 화장품이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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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연구 대상으로 삼은 것은 장성군 일대에서 자생하는 ‘비자나무’였다. 그는 비자나무 잎에 포함된 특정 성분이 항균 및 피부 트러블 완화에 효과가 있다는 점에 주목했고 항산화 활성 분석, 세포독성 시험, 인체 적용 테스트까지 스스로 설계해 검증했다.
당시만 해도 자생식물을 정량화하고 고기능성 화장품으로 상용화하는 사례는 희귀했다. 원료 수급, 성분 추출, 함량 안정화 등 하나부터 열까지 새로운 길을 개척해야만 했다.
그러나 최 대표는 연구자 특유의 끈기로 모든 과정을 직접 돌파했다.
기업부설연구소를 설립하고, 조선대와 산림자원연구소, 한국식품연구소 등과 산학 공동 연구체계를 구축, 추출 공정을 표준화하고 나노 리포좀 제형 개발로 유효성분의 피부 흡수 효율도 극대화했다.
그렇게 탄생한 ‘비자나무 바디케어’ 제품은 여드름성 피부 인체적용 시험에서 유효성을 입증받았고, KCI 논문 게재와 국내 특허 등록으로 기술적 기반도 갖췄다. 단순히 원료가 좋다는 주장을 넘어 화장품의 기능을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낸 셈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섬섬바이오는 전남의 또 다른 자생식물인 ‘생달나무’로 두피케어 제품을 개발했다. 생달나무 추출물은 두피 각질을 25.7% 줄이고 보습을 15.3% 높이며, 피지량을 10.4% 개선하는 임상 결과를 기록했다. 해당 제품 역시 SCI급 논문 두 편으로 효능이 뒷받침됐고, 일본과 베트남에 특허를 출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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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섬바이오는 전남산림자원연구소 및 ㈜코스메틱오케스트라와 비교우위 난대수종 등 산림자원을 활용한 향장제품 개발 공동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
섬섬바이오의 또 다른 강점은 바로 ‘지역성과의 연결’이다. 회사는 전남의 산림자원에서 원료를 채취하고, 지역 산림조합 및 농업기술센터와 협업해 지속가능한 공급 체계를 구축했다.
덕분에 원료 생산부터 추출, 분석, 제형화, 임상, 제품화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자사에서 설계·관리할 수 있다. 또한 GNP, CGNP 등 인증 시설을 보유한 위탁 생산업체들과 협력 체계를 구축해 고품질 제품을 안정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이 같은 독립적인 원료-연구-생산 라인 구축은 기술 유출을 방지하고, 장기적으로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기반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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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의 자생식물로 천연 유기농 화장품을 개발하는 연구개발 전문기업 주식회사 섬섬바이오와 국립순천대학교가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
섬섬바이오는 현재 베트남, 태국, 대만, 러시아 등지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으며, 지금은 범위를 넓혀 미국, 중국 시장도 겨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중소벤처기업부 수출바우처 사업에 참여하고, 글로벌 유통사들과 협업 채널을 구축하고 있다. 자사 제품이 ‘진짜 자연’에서 왔음을 입증할 수 있는 수치와 논문, 인증 자료가 풍부하다는 점은 해외 바이어에게 큰 장점으로 작용한다.
이와 함께 올해 4월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관하는 ‘2025년 광주연구개발특구 전략기술 연구성과 사업화(유니콘 프로젝트 1단계)’ 과정에 최종 선정되는 쾌거를 달성하기도 했다.
이 사업은 특구 내 우수 기술을 보유한 기업과 공공연구기관이 컨소시엄을 구성, 기술 상용화와 세계시장 진출 기반을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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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섬바이오는 전남바이오진흥원와 타이로시나제 저해 활성을 갖는 화합물을 포함하는 피부 미백용 조성물”에 관한 기술이전 협약을 체결했다. |
이 프로젝트는 ‘Skin Cube’라 불리는 AI 기반 피부 진단 플랫폼과 다년간 축적한 식물 유래 기능성 성분을 결합해 비자나무, 생달나무, 붉가시 등 자생식물 원료의 효능을 정밀하게 분석하고 제형화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AI 피부 데이터와 식물 추출물 기능성의 정량화를 비롯해 맞춤형 화장품 유효성 검증 플랫폼 구축, 국내외 기술사업화 전략 수립 등을 수행한다. 유전자 발현 및 마이크로바이옴 변화에 따른 피부 상태 분석을 통해 기존 연구결과의 과학적 재검증과 확장에 나설 계획이다.
또 이 과제를 통해 완제품을 넘어 원료 소재와 분석 플랫폼 기술을 기술이전·라이선싱 형태로 산업화하고, FDA 및 유럽 CE 인증을 목표로 식품·의약 분야로의 확장 기반도 마련할 방침이다.
지금의 회사가 있기까지 정부의 다양한 지원사업도 힘을 보탰다.
전남창조경제혁신센터의 투자 유치를 시작으로, 산림청 스마트산림경영 R&D, 농촌진흥청 Eco 순환기술 개발사업, 중소기업청 산학연 R&D, 연구개발특구 유니콘 프로젝트 등 10여개 이상의 국책 과제를 수행하며 기술력과 사업화 역량을 동시에 키워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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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현재 연구 중인 자생식물 유래 항염·면역 강화 성분은 의약적 효능 가능성도 검토되고 있어, 기업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기대된다. 이를 위해 식품원료고시 등재와 GMP 인증, 해외 인증 획득 등도 추진 중이다.
최문희 ㈜섬섬바이오 대표는 “진짜 자연주의는 입으로 외치는 게 아니라, 손으로 검증하고 논문으로 증명하는 것”이라며 “식물은 생명과 닿아 있는 존재이기에 그 성분을 피부에 안전하고 정직하게 전달하는 기술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단순히 기능성 제품을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지역의 생태 자원을 지속가능하게 활용해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산업 모델을 제시하는 기업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송대웅 기자 sdw0918@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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