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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안나 아바랜드 대표 |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위기는 곧 기회다. 동명동을 중심으로 산수동과 계림동까지 이어지는 이 지역이 단순히 트렌디한 카페와 음식점이 모여 있는 거리라는 한계를 벗어나 ‘머물며 경험하는 문화 골목’으로 발전을 제안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세 가지 전략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동명동만의 독창적인 정체성을 반영한 차별화된 체험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 현재 동명동의 대표 행사인 ‘동명 커피 산책’은 단기적이고 일회성 방문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이제는 고객이 ‘머무를 명확한 이유’를 제공해야 한다.
예컨대 골목을 주제로 한 골목 미식회와 야시장 콘셉트의 감성 마켓, 카페 내 예술가 레지던시 운영, 커피와 고전 영화가 결합된 골목 내 소규모 극장 운영, 고객이 직접 동명동 브랜드 패키지를 제작해 보는 체험 등은 고객에게 감성적 몰입과 지속 가능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일정 기간 카페 내부 공간을 창작자 작업 공간으로 운영하며, 고객은 그들의 작업 과정을 감상하기도 실질적으로 체험도 해보는 콘텐츠는 소유보다 경험을 중요시하는 젊은 세대의 소비 성향을 공략해 기존의 상업 공간이 문화 공간으로 재창조되는 효과를 준다. 이런 콘텐츠는 단순한 소비를 넘어 경험을 창출하고, ‘동명동에서의 하루’를 각자의 이야기로 만드는 새로운 문화 혹은 놀이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둘째 지역 청년과의 협력을 통한 혁신적인 디지털 마케팅 전략을 실행해야 한다. SNS에 단순히 사진을 올리는 전통적 홍보 방식은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 이제는 콘텐츠 제작자와 상권이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 동명동에 청년 크리에이터를 유치해 실제로 머물며 브이로그, 웹툰, 숏폼 콘텐츠 등을 제작하도록 하고, 이를 지역 축제, 체험 행사와 연계하면 디지털 플랫폼에서도 동명동의 브랜드 영향력을 확장할 수 있다.
또 메타버스 플랫폼에 동명동 가상 공간을 제작해 온라인-오프라인을 잇는 체험을 제공하면, 오프라인 방문에만 그치지 않고 물리적 제약을 넘어서서 ‘머물며 경험하는 문화 골목’의 범주가 공간적, 시간적 측면에서도 확장될 수 있다. 온라인 속 동명동에서 게임·이벤트를 참여하는 액션이 오프라인 방문과 활동으로 이어지고, 온라인에 존재하는 동명동으로 타 지역 청년의 유입과 흥미도 쉽게 끌어내어 실제로 동명동을 방문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셋째 ‘동명동 마을 기업’ 모델을 도입해 상점 간 협력을 통한 브랜드 일체화를 추진해야 한다.
개별 상점이 독립적으로 운영되던 기존의 방식을 넘어, 하나의 브랜드 아래 콘텐츠, 서비스, 운영 방식을 유기적으로 연계하는 협업 체계를 갖춰야 한다. 동명동에서 서로 경쟁하는 구도는 각개전투로 전사자만 증가하는 결과를 낳는다. 지금은 다른 지역으로 인구가 분산되는 것을 다시 구도심 중심으로 모이게 하는 것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 동명동의 각양각색의 업체가 각각의 매력을 유지하면서 지역을 거점으로 하나의 브랜드를 만들어 형성된 집단지성으로 상권 파워를 상승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가령 ‘동명동 한정 메뉴 위크’ 기간에는 모든 업체가 공통된 콘셉트 메뉴를 제공하고, 퀘스트 투어로 연결해 체류 유인을 만들 수 있다. 동명동 업체의 방문이 하나의 게임 내에서 각기 다른 구역을 방문하며 임무를 수행하고 보상을 얻는 구조로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는 놀이가 될 수도 있다.
일본 가와바 마을은 마을 전체가 체험형 브랜드로 기획되며 연간 200만명의 방문을 이끌었다. 마을 전체를 브랜드로 디자인하고, 그 안에서 각 점포가 하나의 세계관을 공유하며 각자의 매력을 나타낸다면 동명동도 충분히 광주의 대표적 로컬 콘텐츠로 자리 잡을 수 있다.
결론적으로 동명동이 살아나기 위해서는 단순한 개별 점포 활성화가 아니라 경험 중심의 문화 골목으로의 전략적 전환이 필요하다. ‘머물며 경험하는 문화 골목’이라는 명확한 철학 아래 차별화된 체험 콘텐츠, 혁신적 디지털 마케팅, 그리고 통합된 브랜드 협업이라는 전략이 유기적으로 결합할 때, 동명동은 다시금 광주의 문화 심장으로 뛰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