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과 책임 가르쳐준 순례길, 용기 됐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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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출판

"선택과 책임 가르쳐준 순례길, 용기 됐으면"

학교밖청소년 김솔·김건 형제 자서전 출간 '주목'
홈스쿨링·검정고시·산티아고 여행 등 에피소드 수록
관계의 어려움 경험으로 채워…"어른들 감사" 전해

학교밖청소년인 형 김솔(20)과 동생 김건(18) 형제가 최근 펴낸 ‘산티아고 길 위에서 쓴 10대의 자서전’을 들고 소개하고 있다.
“홈스쿨링, 검정고시, 산티아고 순례길. 학교 밖 청소년으로서의 선택이 누군가에게는 용기가 되길, 비슷한 고민을 하는 또래와 부모에게 하나의 사례가 되길 바랍니다.”

10대를 마무리하는 자서전 ‘산티아고 길 위에서 쓴 10대의 자서전’(지음출판 刊)을 최근 펴낸 광주 출신 형 김솔(20)과 동생 김건(18) 형제는 이처럼 소감을 밝혔다.

이어 “비슷한 고민을 하는 또래에게 ‘이런 선택도 가능하다’는 정도의 용기가 됐으면 한다. 부모님들에게 아이가 다른 길을 간다고 해서 실패는 아니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형제는 코로나19 확산 이전부터 제도권 교육의 틀에 질문을 던졌다. 어릴 적부터 부모님을 따라 넓은 세상을 겪은 경험이 중학교 시절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며 ‘흘러가듯 따라가는 교육’이 맞지 않는다는 생각에 이르렀다고 한다. 동생인 김건씨가 중학교 2학년 때 먼저 학교를 떠났고, 형 김솔씨는 고등학교에 한 달 남짓 다니며 야간자율학습과 경쟁 중심의 일상을 경험한 뒤 “이 나이에 정말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없는 구조”라고 느끼고 동생의 선택에 용기를 얻어 자퇴를 결정했다.

자서전에는 정형화된 교실을 떠나 길 위로 나선 두 소년의 그간의 과정이 담겼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800㎞를 비롯해 자전거 국토 종주, 해외 배낭여행을 한 경험, 홈스쿨링과 검정고시, 그리고 학교 밖 청소년으로서의 시간 등이다. 1부는 형인 김솔, 2부는 동생인 김건, 3부는 이들을 묵묵히 지켜준 아버지의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구성된다. 자서전이라는 다소 묵직한 이름을 달았지만, 이 책의 문장은 의외로 담담하고 솔직하다. 스스로의 10대를 정리하며 ‘잘가, 나의 10대에게’라고 작별을 고하는 기록에 가깝다. 자서전 제작 역시 형제가 직접했다. 원고 교정 등은 함께했지만, 디자인은 둘째인 김건씨가 맡았다. 인디자인을 독학해 작업했다.

이들은 책에서 학교 밖 선택을 미화하지 않는다. 학교를 떠난 뒤 마주한 불안과 정체성의 공백, 관계의 어려움을 그대로 드러낸다. 대신 그 공백을 채운 것은 ‘경험’이었음을 드러낸다.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를 중심으로 다양한 배움의 경로가 열려 드론은 물론이고, 요트와 보트 조종, 제빵 및 바리스타, 컴퓨터 활용, 코딩, 목공 인턴십까지 섭렵했다. 형제는 “관계 중심 사회에서 ‘너는 누구냐’는 질문에 답할 수 있는 배경이 필요했다”고 말한다. 이력은 경쟁을 위한 스펙이 아니라, 스스로를 설명하기 위한 언어였다는 것이다.

김솔씨는 드론 1종 자격을 바탕으로 네팔 바야스 지역 학교를 찾아 45일간 머물며 아이들에게 드론과 기초 수학을 가르치기도 했다. 초등학생 때부터 용돈을 모아 이곳 학교 아이들을 후원해오다 코로나 확산 이후 봉사자들이 고국으로 귀국해 수업이 어렵다는 소식을 접한 뒤 후원금 500만원을 모아 기자재를 구해 떠난 봉사였다. 이때의 경험은 “내가 가진 재능을 나누는 일이 누군가의 세계가 될 수 있다. 아이들이 훗날 드론을 보게 될 때 나를 떠올릴지도 모른다는 말이 가장 오래 남았다”는 깨달음으로 남았다. 이외에 형제는 광주청소년수련원에서 인성수련 봉사를 하면서 사회생활 경험을 쌓은 사례도 수록됐다. 책은 아버지의 시선으로 아이들의 시간을 남긴 유튜브 ‘비움TV솔건’을 소개하며 막을 내린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완결된 답을 제시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의 성장사를 정리하려는 실용적 동기에서 출발했지만, 기록은 질문으로 끝난다. 두 형제는 대학 합격소식을 기다리며 새로운 배움의 장으로 향한다.

김솔씨는 “길 위에서 모든 선택은 내가 해야됐다. 선택에 따른 책임 역시 내가 지는 것이었다. 이런 경험은 어떤 결정을 함에 있어서 내게 큰 자산이 됐다”고 밝혔다.

김건씨는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언제나 우리의 선택을 지지해준 가족들 덕분이다. 특히 어머니께 감사드리고 싶다”며 “우리가 커나가는 것을 지켜봐준 어른들께도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한편, 출판기념회는 오는 24일 오후 2시 광주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에서 열릴 예정이다.
글·사진=정채경 기자 view2018@gwangnam.co.kr        글·정채경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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