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머릿수’에 저당 잡힌 결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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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일반

[취재수첩]‘머릿수’에 저당 잡힌 결혼식

송대웅 산업부 차장
최근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2026년 2월 결혼서비스 가격 동향’을 보면 광주지역의 결혼 비용이 한 달 사이 9% 넘게 치솟았다. 단순히 물가가 올랐다고 치부하기에는 상승 폭이 예사롭지 않다. 이는 수치 변화를 넘어 결혼 시장의 비용 구조 자체가 특정 조건에 따라 기형적으로 왜곡되고 있다는 신호다.

결혼서비스 가격 폭등의 주범은 이른바 ‘최소 보증인원’이다. 예식장들이 하객 수를 기준으로 수익을 확보하는 계산법을 고수하면서, 과거 100명 안팎이던 기준선이 어느덧 200명대로 훌쩍 뛰었다. 예식장이 감당해야 할 리스크를 ‘하객 기준 상향’이라는 방식으로 소비자에게 고스란히 전가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는 연쇄적인 비용 상승을 불러온다. 이번 조사에서 대관료가 무려 150%나 급등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단순히 대여료 자체가 올랐다기보다, 예식장이 제시하는 필수 조건이 까다로워지면서 전체 비용이 밀려 올라간 결과로 풀이된다. 가격이 오른 게 아니라 결혼을 위한 ‘입장권’의 기준 자체가 높아진 것이다.

결국 가장 큰 피해는 소비자 선택권의 실종이다. 신랑·신부는 소규모 예식을 원하더라도 최소 보증인원을 채우기 위해 불필요한 비용을 지불하거나 억지로 하객을 초대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린다. 축복받아야 할 결혼식이 개인의 가치관보다 식장이 요구하는 ‘숫자’를 맞추는 과정으로 변질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 비용은 오히려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경쟁이 작동하는 영역에서는 시장 논리에 따라 가격이 안정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현재의 결혼 비용 폭등이 불가피한 흐름이 아니라, 예식장이라는 특정 공간의 독점적 구조에서 비롯된 문제라는 점이 더욱 분명해진다.

이제는 질문의 방향을 바꿔야 한다. 결혼 비용이 ‘왜’ 오르는지를 묻기보다, 왜 이런 불합리한 구조가 유지되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시장 자율에 맡기기에는 정보 비대칭이 너무 크고 계약 구조 또한 불투명하다.

결혼은 한순간이지만 그 부담은 청년들에게 긴 부담을 남긴다. 저출생과 결혼 기피를 우려하기 전, 숫자로 청년을 압박하는 결혼 시장의 잘못된 관행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송대웅 기자 sdw0918@gwangnam.co.kr         송대웅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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