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AI 시대의 빛 '전남광주특별시' 산업 대혁신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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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AI 시대의 빛 '전남광주특별시' 산업 대혁신 이끈다

김영선 전남연구원장

김영선 전남연구원장
2000년대 초 광주광역시에 광(光)산업이 첫발을 내딛던 기억이 생생하다. 당시 광주는 자동차 부품과 가전 조립 중심의 제조업에 기반을 두고 있었고,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지역 경제가 침체되면서 산업 구조의 전환이 절실하던 시기였다. 정부의 지역 전략산업 육성 정책과 맞물려 광주는 ‘광(光)’을 특화 산업으로 선택했다. 한국광기술원(KOPTI)이 설립되고, 정부출연연구기관 최초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광주·전남연구센터가 들어섰다. 단순 기관·기업 유치를 넘어 기술 기반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야심 찬 출발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인프라 구축과 인력 양성은 성공했지만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저조했고, 삼성·LG급 앵커 기업 유치에는 끝내 실패했다. ‘광산업 도시 광주’라는 브랜드만 남긴 채, 지역 광산업은 오랫동안 정체 상태를 면하지 못했다.

그런데 지금, 그 판이 바뀌고 있다. 올해 3월 미국에서 열린 OFC(광섬유통신 국제학술대회)의 핵심 화두는 분명했다. AI 시대에 광통신은 선택적 보조 기술이 아니라 연산 인프라의 핵심 배선망이고, 실리콘 반도체는 그 광기술을 대량생산·저전력·고집적 형태로 구현하는 플랫폼으로 재정의되고 있었다. ‘Photonics is the Fabric of AI Datacenters’, 광통신이 AI 인프라의 근간이라는 선언이 이를 방증한다. CPO(Co-Packaged Optics, 광학소자전자칩단일패키지), 실리콘 포토닉스, 1.6테라 초고속 광인터커넥트, OCS(광회로 스위칭)가 전시장을 압도했다.

왜 지금 광통신인가? AI 경쟁력은 더이상 GPU 성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수천 개의 GPU와 ASIC, 메모리 노드를 얼마나 빠르고 효율적으로 연결하느냐가 승부를 가른다. 올해 OFC에서는 광통신을 ‘AI 인프라의 혈관’으로 표현하며, GPU들을 연결하는 광섬유·광모듈이 AI 경쟁력의 핵심 인프라로 격상되었음을 극명하게 보여줬다. 전기 배선 기반 인터커넥트는 AI 클러스터 규모가 커질수록 대역폭·전력·발열의 한계를 드러낸다. 실리콘 포토닉스는 빛으로 데이터를 전송해 속도와 전력 효율을 동시에 끌어올리며, 데이터센터 냉각 비용까지 절감한다.

시장 전망도 고무적이다. 글로벌 광통신 모듈 시장은 2024년 220억 달러에서 2030년 970억 달러로, 실리콘포토닉스 시장은 같은 기간 37억 달러에서 97억 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성장의 축은 플러거블 모듈에서 CPO·NPO(근거리 패키징 광학)를 거쳐, 장기적으로 Optical I/O로 이동하고 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 기회는 여기에 있다. 완제품 주도권보다는 공급망 침투형 전략이 현실적이다. 실리콘포토닉스 설계, CPO 패키징, FAU((Fiber Array Unit)·PM(Polarization Maintaining) 파이버, 1.6T(테라) 테스트 장비, PIC(광집적회로) 테스트 인프라, AI 기반 불량 예측 등 고부가 소·부·장과 검증 인프라에서 먼저 우위를 확보해야 한다. 실제로 이번 OFC에서 한국광융합산업진흥회가 운영한 한국관 상담액이 2024년 대비 4.4배 급증했고, 국내 광통신 모 기업의 비접촉식 광커넥터가 Global Foundries와 연결된 사례는 틈새 부품·패키징 영역에서 실질적 수요를 창출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결국 앞으로의 경쟁은 ‘광이 좋다’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광 기능이 반도체 제조 체계 안에 얼마나 잘 흡수되느냐로 옮겨지고 있으며, 이는 곧 실리콘 반도체 산업의 미래 가치가 단순 로직 칩 생산을 넘어, 포토닉스·패키징·메모리·테스트를 통합하는 ‘광-반도체 융합 생태계’를 구축하는데 달려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2027년 이후 1.6테라 공급망 진입 장벽은 급격히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지금이 바로 진입 적기인 것이다. 삼성·SK하이닉스 등 글로벌 경쟁력을 지닌 반도체 대기업의 유치와 광-반도체 융합 생태계 구축이 맞물린다면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AI 시대 광융합 산업의 선도 거점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20여년 전 씨앗을 뿌렸던 그 땅에서 이제 열매를 거둘 때가 왔다.
김영선 gn@gwangnam.co.kr         김영선 gn@gwangnam.co.kr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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