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인재 키우자"…지역 대학도 ‘분주’
검색 입력폼
교육

"반도체 인재 키우자"…지역 대학도 ‘분주’

삼성·SK 호남 투자 맞춰 학과 개편·정원 확대 등 속도
전남대 첨단산업융합대학 신설·GIST 기술사업화 지원
지역대학교총장협의회 "반도체 전문인재 10만명 양성"

전남대학교 전경모습
정부가 광주특별시를 새로운 반도체 산업 거점으로 육성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지역 대학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대규모 투자 계획에 맞춰 학과 개편과 정원 확대, 산학협력 강화 등을 잇달아 추진하며 반도체 인재 양성 체계 구축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1일 광주특별시 대학가에 따르면 대학들은 반도체 산업 확대가 현실화될 경우 대학 경쟁력은 물론 지역 인재 양성 체계에도 큰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던 우수 인재를 지역에 붙잡고, 장기적으로는 다른 지역 학생까지 유치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전남대학교는 정부의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계획에 맞춰 지역거점국립대로서 첨단산업 인재 양성에 본격 나선다. 에너지신산업과 반도체첨단패키징, 미래모빌리티 등을 중심으로 한 ‘(가칭) 첨단산업융합대학’ 설립을 추진하고, 기업이 교육과정 설계부터 연구개발까지 참여하는 산학 밀착형 교육 모델을 도입할 계획이다. 또 등록금 전액 면제와 생활비 장학금, 기숙사 우선 배정 등 학생 지원도 확대해 지역에서 배우고 취업·정착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연구 중심 대학인 광주과학기술원(GIST)은 연구 성과를 산업으로 연결하는 기술사업화와 딥테크 창업 지원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반도체 산업의 연구 성과가 실제 기업에서 활용될 수 있어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기술사업화와 딥테크 창업이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서남권 반도체 산업 성장의 기반을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조선대학교는 2027학년도부터 광기술공학과를 반도체광공학과로 개편해 반도체 특화 교육을 강화할 계획이다.

호남대학교는 AI 특성화대학으로 축적한 교육 역량을 바탕으로 반도체 산업을 뒷받침할 융합형 실무인재 양성에 나선다. 2027학년도부터 학생이 전공과 다양한 교육 트랙을 자유롭게 조합하는 ‘HOPE(Honam Open Path Education) 다중트랙 교육과정’을 도입해 AI를 기반으로 반도체, 모빌리티, 로봇, 드론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활동할 융합형 인재를 육성할 계획이다.

동신대학교도 2028년 개설을 목표로 반도체융합학부(가칭) 신설을 준비하고 있다.

지역 대학들은 공동 대응에도 나섰다. 광주전남지역대학교총장협의회는 최근 성명을 내고 정부의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와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 계획을 적극 환영했다. 협의회는 “광주·전남 21개 대학이 연대해 반도체 전문인재 10만 명 양성에 힘을 모으고, 연구개발부터 현장 실무교육까지 유기적인 인재 양성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지역사회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대기업 생산시설과 협력기업이 들어서면 대학 졸업 후에도 광주에서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지방대 진학을 바라보는 시선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광주에서 중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최모(45)씨는 “예전에는 좋은 공대에 가려면 수도권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앞으로는 지역 대학도 충분한 선택지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며 “가까운 곳에서 공부하고 대기업에 취업할 수 있다면 훨씬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 전문가들은 반도체 산업 육성과 함께 장기적인 교육·연구 기반 구축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전남대 공대 A교수는 “지역에는 우수한 학생과 연구 인력이 있었지만 산업 기반이 부족해 결국 수도권으로 떠나는 경우가 많았다”며 “반도체 클러스터가 조성되면 지역에서 공부하고 취업하는 선순환이 가능해지고 외부 인재를 끌어들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산업 수요에 맞춰 교육과정을 개편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대학이 특정 산업의 흐름만 따라가는 구조가 돼서는 안 된다”며 “기초학문과 원천기술 연구가 함께 뒷받침돼야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선대 공대 B교수는 “생산공장만 들어선다고 반도체 생태계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며 “인재 양성과 연구개발, 기술사업화, 창업, 기업 투자가 함께 성장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광주가 지속 가능한 반도체 거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인수 기자 joinus@gwangnam.co.kr         김인수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광남일보 (www.gwangnam.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