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광남일보 신춘문예] 소설 심사평 - 광남일보
[2024 광남일보 신춘문예] 소설 심사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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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출판

[2024 광남일보 신춘문예] 소설 심사평

단정한 문장·세밀한 묘사 ‘적나라한 현실’ 그려
송은일(소설가)

송은일(소설가)
이번 응모작들 소재는 다양하고 다채로웠다. 5·18 민주항쟁과 4.16 세월호 사건처럼 실재한 일을 각기 다루거나 그 두 가지 소재를 연계한 작품도 있었다. 장애우를 중심으로 한 소설, 신경정신과 병동 상황을 묘사한 소설, 학교 폭력과 위계 폭력을 다룬 소설, 개인사라 할 수 있는 사건이나 추억을 반추한 작품 등. 시절을 훌쩍 거슬러 올라가 현재 60대인 주인공이 어린 시절 가슴에 맺혔던 사건을 회상하는 이야기도 여러 차례 눈에 띄었다.

그렇게 다양, 다채한 소재가 말끔한 문장으로 선명한 주제의식을 향해 나아가는 글을 읽는 보람이 있었다. 반면에 비슷한 글감이 종종 개인사에 머무르면서 서사가 흐려지고 감정노출이 심해 집중도를 떨어뜨린 점이 안타까웠다. 보편성을 갖추지 못한 채 혼잣말에 머물고 만 듯해서였다.

본심에 오른 작품은 3편이었다. ‘몽돌들’, ‘사람의 질문’, ‘필인더블랭크’.

‘몽돌들’은 죽기 위해 몽돌 해변에서 만난 사람들 이야기다. 몽돌은 ‘크고 울퉁불퉁한 돌들이 파도에 부서지고 조각나고 서로 부딪쳐서 동글해’진 돌이다. ‘죽기 위해 만난’ 사람들은 ‘동글해’질 겨를 없이 쫓기며 살아왔던 것이리라. 소재와 주제의 선명함에도 불구하고 서술 방식이 너무 완만한 게 아닐까 싶은 미진함이 있었다.

‘사람의 질문’은 사뭇 진지하게 선과 악에 관한 종교적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신학교를 다니다 사제 서품을 받기 직전의 신학생들한테 한 교수 주교가 질문했다. 왜 신이 죄 없는 사람에게 고통을 주는가. 답을 찾기 어려운 신학적 난제 앞에서 주인공은 신념을 가장한 답을 해 사제서품을 받았다. 그와 가까웠던 동기는 난제를 풀지 못해 ‘신’을 떠났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주인공을 찾아온 동기가 심각한 방식으로 같은 질문을 내놨다. 이래도 네가 신념을 가졌다 할 수 있을까 하면서 스릴러물처럼 긴밀하게 진행되던 이야기 뒤끝이 너무 무르게 마무리 된 듯한 점이 안타까운 작품이었다.

‘필인더블랭크’는 죽음을 예측하는 정확한 시스템을 갖춘 미래사회 풍경을 그리고 있다. 거개 노인마다 안드로이드를 시종처럼 부리면서 일백 몇 십 년을 예사롭게 사는 머지않은 미래현실. 그럼에도 고독사는 곳곳에서 벌어지고 ‘선택하는 자연사’도 드물지 않게 발생한다. 단정한 문장과 세밀한 묘사로 지금 여기 현실과 미래 현실을 적나라하게 그려낸 이 작품 ‘필인더블랭크’를 당선작으로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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