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습관이 된 추모, 멈추지 않는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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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습관이 된 추모, 멈추지 않는 기억

양홍민 사회교육부 기자
세월호 참사 11주기를 하루 앞둔 지난 15일 광주 서구 풍암사거리에서는 풍암동 주민들로 구성된 마을공동체 ‘풍두레’가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피케팅을 진행했다.

이들의 피켓에는 ‘기억해야 반복되지 않습니다’, ‘기억·책임·약속’, ‘잊지 않겠습니다’ 등 익숙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문구들이 적혀 있었다.

세월호라는 이름의 반복돼선 안 될 비극을 기억하겠다는 그들의 약속이 시간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줬다.

2014년 9월 1일,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광주지역 촛불행동이 중단되자, ‘풍암동에서라도 이어가자’는 뜻으로 결성된 ‘풍암촛불모임’은 이듬해 ‘풍두레’로 이름을 바꾸고 지금까지 활동을 이어왔다.

현장을 지나던 시민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차창 너머로 고개를 숙이거나,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있었고, 일부 시민들은 피켓에 적힌 문구를 입으로 곱씹으며 잠시 발걸음을 멈추기도 했다.

무심한 일상 속에서 아주 짧은 ‘기억의 시간’이 솟아나는 순간들이었다.

풍두레 회원인 주태석씨(54)는 “비·눈, 강한 바람, 명절 아침에도 당번을 정해 빠짐없이 나왔다”며 “하루라도 기억하자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매년 다시 거리로 나온다”고 말했다.

무언가를 10년 가까이 ‘습관’처럼 이어온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이 단지 일상의 반복이 아니라, 상실을 마주한 사회가 가져야 할 태도라면 더욱 그렇다.

세월호 참사 이후 11년, 많은 것이 변한 듯 보이지만 실상은 그리 다르지 않다.

대형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다시는’을 외치지만, 안전은 여전히 제도보다 양심에 기대는 형국이다.

풍두레처럼 10년 가까이 묵묵히 한자리를 지켜온 이들이 있기에 그날의 교훈이 완전히 잊히지는 않았다.

기억은 기록을 넘어, 행동으로 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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