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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구조적 위기 속에서 곡성군이 눈길을 끄는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일명 ‘워케이션(Workation)’이라 불리는 새로운 형태의 체류형 인구 유입 전략이다. 일(work)과 휴식(vacation)을 병행하는 라이프스타일을 기반으로, 도시에서 탈피해 지방에서 일하고 머무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시도다.
곡성군이 운영하는 ‘워크빌리지 곡성 시즌3’는 행정안전부의 ‘고향올래’ 공모사업에 선정돼 본격 추진되고 있다. 지금까지 184개 기업, 1100명 이상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이들 중 98%가 재방문 의사를 밝힐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무엇보다 이 실험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한 체험이나 관광이 아닌 도시와 농촌, 일과 쉼, 체류와 정주 사이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는 점이다.
곡성군은 수도권 중심의 노동 환경에서 벗어나 기업과 개인이 지역에 거주하며 일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 기업 대상의 워케이션 프로그램과 더불어 디자이너·프리랜서·작가 등을 위한 ‘포레스트 캠프’도 병행 운영 중이다. 참가자들은 5박 6일간 자연 속에서 집중 근무와 지역 교류를 병행한다. 이는 단순한 여가가 아니라, 삶의 가능성을 실험하는 경험이다.
특히 곡성군은 단기 체류자를 넘어 지역에 정착하며 살아가는 주민을 유도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삼기면 일대에 조성 중인 ‘러스틱타운’과 ‘지역활력타운’은 그 연장선이다. 단기 체류형 워케이션에서 나아가 정주 기반을 갖춘 일자리 중심의 마을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가히 지방소멸 대응 전략의 새로운 진화라 할 만하다.
수도권 집중은 이제 한계에 도달했다. 지방은 더 이상 ‘떠나는 곳’이 아닌 ‘살아가는 공간’이 돼야 한다. 디지털 시대의 일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우리가 지역을, 자연을, 공동체를 삶의 일부로 회복할 수 있다면 그것은 단지 지방을 살리는 일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성을 되살리는 일일 것이다. 곡성이 그 문을 먼저 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