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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문화재단은 세계적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의 생애와 회화정신을 기리기 위한 생일 파티를 열고 있는 가운데 93회 생일 잔치를 지난 12일 오후 성황리 진행했다. 사진은 백남준의 초상 등 작품을 중심으로 열린 경매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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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 후 이날 행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이경호 백남준문화재단 이사. |
서울에서는 백남준문화재단(이사장 김홍희 전 ‘2006 광주비엔날레’ 총감독)이 세계적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1932∼2006)의 생애와 회화정신을 기리기 위한 생일파티를 열고 있다.
이 생일 파티는 백남준의 사후지만 기존 기념전이나 심포지엄 및 세미나 등 관례대로 진행돼온 행사 스타일에서 벗어나 전혀 새로운 유형의 행사라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국내에 흔치 않은 행사인 백남준의 생일파티는 2022년부터 열고 있는 가운데 미술계 안팎의 큰 호응 속에 올해 93번째 생일파티가 지난 12일 성대하게 열렸다.
올해 생일파티는 백남준의 삶과 예술정신을 기리려는 사람들이 모여 이날 오후 8시부터 11시까지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3번 출구 옆 복순도가에서 거행됐다.
필자 역시 어렵게 그날 오후 상경해 행사에 참여했다. 백남준문화재단이 주최하고 복순도가와 루프랩부산, H Zone, 널 위한 문화예술 등이 후원한 이 행사는 ‘Happy 93rd Birthday! 백남준 100년을 상상하다’라는 명칭으로 마무리됐다. 지난 2022년부터 시작된 생일파티는 지난해 92회 잔치가 열린 바 있다.
이날 성황리 진행된 팝업스토어는 복순도가(대표 김민규 건축가)가 공간을 제공해 마련된 것으로 미리 신청을 받았지만 포화상태를 이룰 만큼 방문객들이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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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업스토어에 참여하기 위해 행사장을 찾은 방문객들이 줄지어 서서 입실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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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현장에서 엽서로 제작돼 나눠준 사진작가 이은주씨가 1992년 경주에서 촬영한 ‘백남준 초상’ |
팝업스토에 참여하기 위한 방문객들로 인해 건물 밖에는 이중 삼중으로 긴 행렬이 만들어지는 등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운집했다. 이처럼 한 예술가의 사후 생일파티에 이토록 많은 관심사가 표출될 수 있다는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에 앞서 그의 발자취를 엿볼 수 있는 경매도 진행됐다.
경매에는 김홍희 이사장의 소장작인 판화 ‘화동의 꽃은 무궁화처럼 질기다’ 등 5점이 나왔다. 이날 경매에서는 이경은 백남준문화재단 이사가 내놓은, 리모콘을 오브제로 활용한 ‘Kim Chee and Sauerkraut’가 620만원에 낙찰돼 최고가를 기록한데 이어 1992년 경주에서 이은주 사진작가가 촬영한 백남준 초상 사진이 570만원에 최종 낙찰되는 등 경매 전과정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필자 역시 23번이라는 번호표를 받고 낙찰에 참여해봤지만 손 한번 들어보지 못하고 번호를 아웃시켜야만 했다. 축소된 엽서로 인물 사진을 한 장 받은 것이 위안거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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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업스토어에 몰린 인파. |
예술가의 생일파티는 생전 획기적 족적은 물론이고 사회나 대중으로부터 지탄을 받은 삶의 과오가 없으면서 존경을 받는 인물일 때 그 파급력이 커질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광주전남 역시 기존 문법과는 전혀 다른 지점의 문화예술행사로서 가치를 담보하고 있는 예술가에 대한 기억과 숭상이라는 측면에서 유심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우리도 사후 거장을 기리는 행사가 광주 시내 금남로 어디쯤에서 팝업스토어를 곁들여 매년 열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경호 백남준문화재단 이사(전 광주 유네스코 미디어아트 창의도시 플랫폼·G.MAP 센터장)는 “광주 출신 예술가 가운데 문화적 상징성과 시대적 영향력을 생각해보면, 오지호 화백이야말로 백남준 선생님처럼 생일을 기념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닐까 싶다”며 “오지호 선생님을 제대로 기릴 수 있는 미술관이나 플랫폼이 아직까지도 뚜렷하지 않다는 점이 늘 아쉽다”며, “언젠가 그의 생일을 기념하는 문화예술 행사나 파티를 기획해 시민과 예술계의 관심을 환기시키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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