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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0일 ‘한국의 혼: 광주 아리랑’전 개막식에 양국 예술가들을 포함해 관계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전시 관람차 전시장을 찾은 허경애 작가(왼쪽 첫 번째). |
세오는 이미 언론의 조명이 이뤄져 제법 많이 국내에 널리 알려졌지만 허 작가는 상대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는 경우다. 하지만 프랑스 미술시장을 조금 아는 사람들은 단연코 허경애를 꼽는다. 그는 프랑스내 전시행사가 열렸다 하면 완판의 기록을 써내려가고 있다. 작품이 없어서 못팔 정도로 그녀에 대한 관심은 뜨겁다고 한다. 현재 프랑스 내 활동하는 국내 작가 중 가장 핫한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2003년 유학길에 올라 벌써 20년이 넘게 프랑스에 머물며 활동하고 있다. 그가 프랑스를 선택하게 된 이면에는 고등학교 때 제2외국어로 접했던 불어 덕이 컸다. 그림이 좋아서 프랑스를 선택했고, 더욱이 기존에 접했던 불어가 너무 좋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또 프랑스에서 더 깊이있게 아티스트 꿈을 키워 보고 싶은 바람도 한몫했다. 대학 3학년 때부터 유학 준비를 했다는 후문이다. 프랑스로 건너온 그는 파리국립미술학교를 졸업 후 파리 소르본느 1대학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한 뒤 동 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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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광주를 알리기 위해 마련된 ‘한국의 혼: 광주 아리랑’전이 지난 5월 20일부터 6월 18일까지 프랑스 블루아시 시립도시관 1층 전시장에서 열렸다. 20일 개막식에 양국 예술가들을 포함해 관계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전시 관람차 전시장을 찾은 허경애 작가. 스승인 노정숙 작가 작품에서 포즈를 취한 허 작가.. |
허 작가는 앞서 판화를 언급했듯 회화를 판화식으로 접근해 작업을 펼쳤다. 그의 작품은 컬러풀하고 화려한 색채 작업이 많은 점이 특징이다. 원색 계열의 독창적 질감의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는 가운데 칼로 파 내면 입체적으로 표면이 쌓여 조각부조처럼 보인다. 그래서 작가의 작업은 크게 독창성과 장식성, 마티에르의 퍼포먼스적인 점이 부각된다. 다른 작가들은 보통 캔버스에 회화적 이미지를 그려넣는데 반해 오히려 작가는 이를 해체하는 방식이다. 유럽에서 작가만의 해체미학을 구축했다고 평가받는 이유다.
이에 대해 작가는 “제가 손 감각이 좋은 편이다. 기본적 테크닉은 한국에서 공부할 때 모두 배워왔는데 여기서 철학이나 미학 등을 새롭게 다시 해야 해서 대개 힘들었다”면서 “불어로 해야 해서 힘들지 않았냐고도 물었는데 불어를 좋아했기 때문에 힘들지는 않았다. 한국에서 실기 위주로만 해서 이론 공부를 안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2006년 학위 하나를 마치고부터는 유럽에서 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고, 2008년부터 본격적 활동에 돌입한 뒤 그 바람처럼 2010년 파리 한 갤러리에서 열린 개인전시 때 작품 완판기록을 세운 것을 계기로 꽤 규모있는 갤러리의 전속작가가 돼 연봉을 받는 등 창작환경이 좋아졌고, 그의 인지도와 경쟁력도 상당히 향상되는 결과를 맞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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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0일 ‘한국의 혼: 광주 아리랑’전 개막식에 양국 예술가들을 포함해 관계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전시 관람차 전시장을 찾은 허경애 작가. |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붉은 숲’은 유년기 시절 기억이 담겨 있는 고향의 산숲에서 비롯됐다. 작가는 고향의 산숲은 무등산이라는 점을 잊지 않았다. 무등산의 가을숲을 좋아했다는 작가는 명제가 있는 작품들만큼이나 ‘무제’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무제’를 추구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구상에서 추상으로 전환했다는 점 또한 밝혔다.
마지막으로 작가는 “유럽은 시장이 크다. 매번 전시가 많고, 세계적 아트페어에 자동 출품되고 있으며, 항상 작품이 판매되는 것 같다. 작품과 관련해 콜렉터에게 항상 관심을 받는다”면서 “그 세월이 떠 넘긴 저의 회화가 추상화(앵포르멜)가 됐다. 1년 전부터 판화를 다시 시작했다. 장르는 정해진 것이 없다. 화가의 꿈을 놓치고 살지는 않는다. 어렸을 때 화가의 꿈을 키웠던 것처럼 그 세계에 빠져 살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허 작가는 파리작업실에서 노르망디 시작점에 해당하는 에브르에 정착해 파리를 위시로 유럽을 무대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바로 옆에 모네의 집이 가까운데 그도 지금 제2의 모네의 집을 만드는 꿈을 꾸고 있다. 매년 고향 광주를 찾고 있는 작가는 파리 프랑수와즈 리비넥 갤러리에서 개인전(5.16∼6.28)을 연데 이어 서울 올미아트 7월 기획 ‘재불작가 5인’전(18∼8.7)에 출품, 전시기간에 맞춰 지난 8일 귀국했다. 광주와 서울을 오가며 분주한 일정을 소화한 뒤 오는 8월 16일 출국할 계획이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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