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때문에 처자식 살해한 40대 가장 ‘무기징역’
검색 입력폼
사건/사고

빚 때문에 처자식 살해한 40대 가장 ‘무기징역’

카드빚·임금체불…두 아들 살해·아내 자살 방조
광주지법 "패륜 범죄 응분의 철퇴…대가 치러야"

카드빚 등 2억여원의 채무와 임금 체불 조사 등 압박으로 두 아들을 살해하고 아내의 자살을 방조한 40대 친부에게 중형이 내려졌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지법 제12형사부 박재성 재판장은 살인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A씨(49)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6월1일 오전 1시12분 진도군 진도항 선착장 인근에서 자신의 승용차를 바다로 돌진시켜 동갑인 아내 B씨와 고등학생 자녀 C군(17), D군(19)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가족에게 수면제를 탄 음료수를 먹인 A씨는 혼자 차에서 빠져나왔다.

이후 진도항에서 1~2㎞ 떨어진 야산에서 밤새 머물다가 2일 오후 공중전화로 지인에게 자신을 데려와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A씨는 지인의 차량을 타고 2일 오후 6시께 광주로 도주했지만 범행 44시간 만에 서구 양동시장에서 체포됐다.

일가족 3명을 살해한 A씨는 건설현장 일용직 철근 배근자로, 2억원 상당의 빚 때문에 금전적 어려움을 겪자 가족과 함께 생을 마감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불받지 못한 공사대금 때문에 인부들에게 3000만원 상당 임금을 주지 못하게 되자 노동청으로부터 조사를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범행에 사용한 수면제는 배우자가 처방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재판부는 모든 사정을 고려해 A씨에게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하는 무기징역형을 선고했다.

이날 주심 박재성 재판장은 복받쳐 오르는 감정을 억누르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선고 주문을 읽던 도중 울먹이다 끝내 눈물을 흘리자 배석 판사가 박 부장판사에게 휴지를 건네기도 했다.

박재성 부장판사는 “천륜에 반하는 범죄다. 피고인과 숨진 아내는 자녀들의 맹목적 신뢰를 이용해 자녀들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면서 “피고인은 가족 안전은 안중에도 없이 혼자 살겠다고 빠져나왔다. 신고만 했어도 아이들이 살 가능성도 있었을 텐데 구호 조치 없이 도주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패륜적인 범죄에 대해 응분의 철퇴를 내리쳐 그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앞서 A씨는 선고에 앞서 지인들의 탄원서와 선처 의견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재판부는 “이런 사건에 탄원서를 제출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이냐. 피고인은 잠든 아이들을 살해해 놓고 선처를 바라는 것이냐”고 질타하기도 했다.
임영진 기자 looks@gwangnam.co.kr         임영진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광남일보 (www.gwangnam.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