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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선주 문화체육부장 |
필자는 예향은 대충 맞다는 생각이다. 광주미술협회 조직을 보면서 그런 느낌을 더더욱 갖는다. 2300명 안팎의 회원들이 가입돼 있다. 실제 광주미협에 가입하지 않고 별도로 활동하는 화가들까지 하면 몇명의 화가가 활동하는 지 예측불가다. 그만큼 남종화의 본산이라 불릴만큼 미술의 강세가 약하지 않다. 광주비엔날레 또한 광주 스스로 폄하하는 경우를 많이 봐 왔지만 해외 나가보면 광주비엔날레 위상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광주비엔날레 감독을 거쳐 베니스비엔날레 감독으로 진출하는 사례도 여러 건이다. 어쨌든 유수의 미술기관으로 진출하는데 광주비엔날레는 반드시 거쳐가야 하는 필수코스처럼 돼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광주비엔날레는 지역만 그 위상을 잘 모르는 듯하다.
해외에 나가보면 사우스 코리아의 광주라는 도시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다. 5·18과 민주주의 인권으로 동시대 같은 아픔을 겪었거나 그것에 준하는 경험이 체득된 나라들이나 해당국가의 도시는 광주를 아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인구 70여만명의 독일 프랑크푸르트를 아는 이는 전세계에 넓게 포진하고 있다. 광주는 인구 140여만명의 광역도시임에도 인구 70여만명의 외국의 한 도시보다 네임벨류가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인지도가 낮다 보니 외국 관광객들이 광주에 스며들지 못하고 서울이나 부산, 제주 등지까지만 퍼진다. 광주는 제외다. 광주가 더욱 글로벌한 도시가 되려면 복합쇼핑몰이 먼저 일까, 아니면 오랜 역사 찬연하게 꽃피웠던 광주의 문화유산들일까 자문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 등의 서구 열강들에 훨씬 시설이 좋은 복합쇼핑몰이 많다. 그들이 광주의 복합쇼핑몰을 보기 위해 광주를 방문할까. 또 뉴욕 맨해튼에서 마천루를 경험한 사람들이 고층 건물로 범벅이 된 회색의 도시 광주의 마천루를 보고 감탄할까. 절대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터다.
광주를 찾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우선 자신의 국가나 자신이 살고 있는 도시와 다른 이국적 풍경, 음식, 생태환경, 전통, 문화유산 등 차이나 생소함을 보고 싶어해서 방문하는 것이지 않을까 싶다. 복합쇼핑몰을 보기 위해 오지는 않을 것이다.
필자는 얼마전부터 중국 북경과 대만 가오슝이 한없이 부러워졌다. 이들에게는 개발해야 할 것과 지켜야 할 것을 구분하는 ‘유전자가 따로 있나’ 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북경798은 베이징 차오양구 다산쯔 지역에 위치한 중국 최대의 현대 미술 단지다. 북경 798은 1950년대 소련의 지원과 동독의 설계로 지어진 무기 공장들이 1990년대부터 쇠퇴하자, 2000년대 초반 가난한 예술가들이 저렴한 임대료를 찾아 이곳에 정착하며 자연스럽게 예술촌이 형성됐다. 무기 공장들을 다 쓸어버리고 고층 아파트를 지을 줄 몰라서 안 지은 게 아닐 것이다. 이들은 어떻게 이곳을 오늘날 철거라고 하는 칼날을 디밀지 않고, 보존을 통해 세계적 예술 공간을 만들어냈을까 하는, 한없는 부러움이 상존한다. 이 뿐만이 아니다. 가오슝의 보얼 예술특구는 과거의 버려진 항만 창고를 개조해 만든 대만의 대표적인 문화예술 단지다. 다용(Dayong), 펑라이(Penglai), 다이(Dayi) 등 여러 구역으로 나뉘어 있으며, 각 창고마다 갤러리와 편집숍, 카페, 오르골 상점 등이 입점해 있다. 여기다 거리 곳곳에 대형 로봇 조형물, 벽화, 조각상 등 공공 미술 및 조형물이 설치돼 있어 ‘핫플’이 됐다. 이 두 군데 모두 철거보다는 보존을 선택해 세계적 명소로 올라선 곳들이다.
유서깊은 쌍촌동 가톨릭평생교육원이 한때 개발 이야기가 나왔다고 전해진다. 당시 김희중 대주교가 보존 쪽으로 방침을 세우면서 보존될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또 한번 놀랐다. 이곳 가톨릭평생교육원 건축물들인 본관, 헨리관 등 4동은 1961년께 건립된 것들로,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하마터면 건축문화유산이 사라질 뻔 했다고 하니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마침 임동 방직공장 건축물만 생각하면 바로 옆에 사는 주민이지만 머리가 하얘지곤 한다.
광주에 거주한 지 45년이 넘었다. 중학생시절부터 해온 광주는 고향이자 삶의 터전이다. 전국의 어디를 가든 늘 생각은 광주에 가 있다. 지금도 광주를 생각한다. 그런데 광주의 자랑거리들이 많았으면 좋겠는데 남아나는 것이 없는 도시가 돼 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이제는 문화유산 혹은 그에 준하는 공간들을 파괴하지 말고 보존해야 한다. 우리도 북경798이나 보얼 예술특구같은 공간 하나 잘 만들어 글로벌 시대 외국인들이 찾는 도시가 되면 좋지 않을까.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고선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2026.04.29 (수) 12: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