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선관위, 이대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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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선관위, 이대로는 안 된다

강수훈 광주시의원

강수훈 광주시의원
2026년 오늘, 대한민국 국민은 묻고 있다. 대한민국의 선거는 과연 국민의 신뢰 속에서 치러지고 있는가. 국민의 참정권을 보장해야 할 선거관리위원회는 그 본연의 책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가.

선관위를 둘러싼 논란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2022년 대통령선거 당시 발생한 이른바 ‘소쿠리 투표’ 사태는 대한민국 선거 역사에 쉽게 지워지지 않을 상처를 남겼다. 코로나19 확진자들이 기표한 투표용지를 직접 투표함에 넣지 못한 채 플라스틱 바구니와 종이상자, 쇼핑백 등을 통해 전달하는 모습은 많은 국민에게 충격을 안겼다.

이후에도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투표용지 외부 반출 논란, 특혜 채용 및 친인척 채용 의혹, 반복적으로 제기된 조직 운영 문제, 선거 때마다 불거지는 인력 관리 부실 등 선거관리기관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훼손하는 사건들이 꾸준히 이어졌다.

이번 6·3 지방선거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건은 선관위 무능의 끝판왕이었다. 문제의 본질은 단순히 투표용지 몇 장이 부족했다는 데 있지 않다. 한 장의 투표용지는 단순한 종이가 아니다. 투표는 헌법이 보장한 국민의 권리이며, 투표용지는 민주주의를 작동시키는 가장 기본적인 수단이다. 국민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고 주권을 행사하는 출발점이다.

그렇기에 국민이 느끼는 감정은 단순한 ‘실망’을 넘어선다. 국민의 참정권이 너무 가볍게 다뤄진 것 아니냐는 ‘분노’,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통신 기술을 보유한 대한민국에서 투표용지 부족 논란이 벌어졌다는 ‘부끄러움’, 그리고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절차조차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국가 시스템을 바라보며 느끼는 ‘참담함’이다.

최근 잠실 일대에서는 참정권 보장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처음에는 일부 시민들의 문제 제기로 시작됐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관심과 참여가 확대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그들의 정치적 성향이 아니다. 보수냐 진보냐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누가 말하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말하고 있느냐다.

선거에서 가장 두려운 것은 특정 후보나 진영의 승리나 패배가 아니다. 유권자가 선거 자체를 믿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신뢰 없는 민주주의는 절대 존재할 수 없다. 투표소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개표 결과를 확인하는 순간까지 국민이 절차 전체를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국민이 “내 한 표가 제대로 행사되었는가”라는 근본적인 의문을 품기 시작한다면, 그때 무너지는 것은 선거가 아니라 민주주의 그 자체다.

일부에서는 선거 결과 조작을 의미하는 이른바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특정 결과를 만들기 위해 투·개표 과정에 조직적으로 개입하는 ‘부정선거’와 관리 부실이나 행정적 오류로 인해 선거 절차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하는 ‘부실선거’는 엄연히 구분되어야 한다. 이번 논란의 본질은 선거 결과의 조작 여부가 아니다. 선거관리기관이 국민의 참정권을 충분히 보장했는지, 그리고 그 책임을 다했는지에 대한 문제다.

결국 시민들이 제기하는 문제의 핵심도 하나다. 선거관리위원회! 이대로는 안된다는 점이다. 변명이나 내부 차원의 진상규명이 아니라 책임 있는 성찰과 근본적인 혁신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선관위 해체 또는 해체 수준의 개혁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는 선거관리 기능 자체를 부정하자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민주주의의 핵심 기반인 선거관리 기능을 더욱 공정하고 투명하게 만들기 위해 신뢰를 잃은 조직 문화와 운영 체계를 원점에서 재설계하자는 의미다. 신뢰를 잃은 기관은 스스로 존재 이유를 다시 증명해야 한다. 선관위 역시 예외일 수 없다.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수준의 과감한 혁신만이 민주주의를 지키는 길이다.

이 과정에서 민주주의의 심장이라 불리는 광주 역시 침묵해서는 안 된다. 지난 역사에서 광주 시민들이 지키고자 했던 것은 특정 정권도, 특정 정치세력도 아니었다. 민주주의 그 자체였고, 국민이 주인인 나라라는 헌법적 가치였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너무도 당연한 원칙을 지키기 위해 광주는 기꺼이 희생했고 행동했다.

광주가 선관위 대개조를 힘껏 외쳐야 하는 이유도 다르지 않다. 특정 기관을 공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국민주권의 원칙을 더욱 굳건히 세우기 위해서다. 선거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민주주의는 오래 지속될 수 없다. 국민이 믿을 수 있는 선거,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선거관리 체계를 다시 세우는 일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기 때문이다.
강수훈 gn@gwangnam.co.kr         강수훈 gn@gwangnam.co.kr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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