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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벌써 2016년을 훠이훠이 보내야 하다니 아쉽지만 이제는 정리를 하고 새로운 한 해를 위해 다시 재정비를 해야겠다. 올 한해를 되짚어보면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 중 최근에 다녀온 러시아 연주는 올 한해 최고의 연주였다.
국악기와 서양오케스트라의 만남은 오묘하게 조화를 잘 이뤘고 그 조합속에서 국악기의 매력은 더욱더 크게 느껴졌다. 나와 러시아의 만남은 서양음악 지휘를 하는 선배의 권유와 아시아문화 전당에서 재능기부를 하던 때 만난 러시아 음악가와의 조우에서 이뤄졌다.
거문고 소리를 처음 접한 이 러시아 음악가는 나를 본인이 활동하고 있는 고장의 무대에서 같이 연주해보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해 왔고 흔쾌히 그 초대에 응한 나는 13시간의 긴 여정으로 러시아 로스토프에 당도. 로스토프교향악단과 첫 대면을 하게 됐다.
로스토프는 러시아의 남쪽에 위치하고 있는 공업도시이며 낯익은 기아자동차의 빨간색 로고가 박힌 빌딩이 도시 한복판에 자리 잡고 있어 친근함을 주는 곳이었다.
내가 로스토프에 당도했을 땐 이미 겨울이 도시를 덮고 있었고 하루 종일 잿빛 하늘과 매서운 바람, 그리고 눈이 쌓여 있었다. 여름에는 그 곳도 녹색의 물결이 넘치는 곳이라고 한다.
로스토프극장은 도시 한복판에 자리 잡고 있는데 오페라단, 발레단, 교향악단식구들이 상주 하고 있었다. 내가 도착했을 땐 마침 오페라단이 ‘마담 버터플라이’를 공연 중이었다. 그 덕분에 나도 그 공연을 감상할 수 있었다. 그곳은 일찍 해가 지는 까닭에 공연도 일찍 시작을 한다. 네 시에 공연을 해도 객석에 관객들이 밀려들어 오는 걸 봤을 때 나는 참 의아했으나 그들은 그 공연을 보기 위해 일을 하다가도 잠깐 나와서 보고 직장으로 돌아간다는 직원의 말에 깜짝 놀랐다. ‘정말 예술을 사랑하는구나’ 하고 잠시 생각해 보았다.
다음 날 로스토프교향악단과의 연습을 위해 극장을 다시 찾았다. 극장 내부로 들어가기 위해선 사전에 방문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야 하고 초대한 지휘자와 통화를 하고 들어가야 한다. 복잡하긴 했으나 극장 내부에 고가의 악기와 의상 등 여러 가지 상황을 생각해 본다면 이러한 시스템이 내가 근무하는 회관에도 적용이 되면 좋겠구나 하는 생각을 잠깐 했었다. 일단 교향악단 연습실로 안내를 받고 들어갔다. 난 순간 당황했다. 너무나 자유롭게 연주하는 모습과 지휘자가 단원을 배려하는 모습에서 이런 게 바로 러시아 음악의 역사이고 전통인가? 하는 강한 인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너무 자유로운가 하면 반면에 너무 질서정연하다고 해야 할까? 그들에 관한 나의 첫인상은 그러했다.
내가 처음 보는 긴 악기를 꺼내놓고 바닥에 앉아서 악기를 고르고 있으려니 한두 사람이 내 곁에 서서 지켜보며 굉장히 신기한 듯 바라보며 내가 음을 고르면 자기 악기로 소리를 따라 내 보기도 하고 진지하게 듣고 있었다. 지휘자인 안드레이가 나에게 같이 연주할 수 있게 돼 기쁘다며 단원들에게 소개를 한 후 연습에 들어갔다. 과연 어떤 소리가 날까?
내가 준비한 곡은 북한의 김용실이 작곡한 ‘출강’ 이라는 곡이다. 이를 김대성이 관현악곡으로 편곡을 했고 나는 그 관현악곡을 서양오케스트라로 편곡을 다시 해서 로스토프교향악단으로 악보를 보냈었다. 첫 연습 때 처음 느낀 것은, “아! 내가 연주할 곡을 꽤 많이 공들여 연습했구나” 하는 것과 거문고와의 조화였다. 너무도 신이 나서 연습 내내 가슴이 벅차 올랐다. 지휘자와 단원들도 모두들 같은 생각이었는지 표정에서 한결 더 친근함을 표시 하는게 보였다. 다음날 있을 본 공연은 더욱더 열심히 즐겨야지 하는 마음으로 첫 연습을 끝냈다. 본 공연의 감동은 다음 ‘문화산책’을 기약하며, 갑자기 매서워진 추위에 꺾이지 말고 건강하게 2016년을 마감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