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17년의 역사를 쓰다 ‘하정웅청년작가초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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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17년의 역사를 쓰다 ‘하정웅청년작가초대전’

김희랑 광주시립미술관 분관장

김희랑 광주시립미술관 분관장
‘하정웅청년작가초대전-빛’전은 지난 2001년에 전국 단위 청년작가 발굴 지원 전시로 시작해 올해로 17년을 맞았다. 전시의 출발은 광주에 많은 작품을 기증하고 있던 재일교포 하정웅의 유일한 기증조건 때문이었다. 즉 하정웅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 창작열을 불태우는 청년작가를 키울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 달라”라고 광주에 요청했고, 이를 받아들여 2001년부터 ‘하정웅청년작가초대전-빛’ 전시가 열리게 됐다.

하정웅청년작가초대전의 부제는 ‘빛’이다. 빛은 세상을 밝혀주며 따뜻한 기운을 통해 생명을 유지시키는 필수조건이자 사랑의 실천을 의미한다. ‘빛’은 즐거움과 감동을 주는 동시에 개인과 사회를 정화시키고 교훈을 제공함으로써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존재들을 비유하기도 한다. 이러한 다양한 의미를 함의하고 있는 ‘빛’을 전시부제로 선택한 이유는 빛고을 광주를 의미하는 동시에 우리 삶에서 ‘빛’과 같은 존재로서 예술 혹은 예술가의 역할을 강조하기 위함이었다.

2000년대 초 광주시립미술관은 광주비엔날레와 분리되면서 학예연구실이 재정비되고 미술관 본연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기대가 한껏 고조됐는데, 이러한 시기적 분위기와 맞물려 하정웅청년작가초대전은 의욕적인 출발을 맞이한다. 초창기 하정웅청년작가초대전은 기존에 미술관에서 실행했던 전시와는 한 차원 다른 형태의 현대미술전으로서 당시 지역분위기로서는 획기적인 일이었다. 이는 향후 미술관이 기성세대, 즉 중진·원로작가초대전 중심에서 실험적이고 청년정신을 내포한 현대미술전 중심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또한 선정작가 다섯 명에게 420여 평의 넓은 전시장을 제공해 실험적이고 스케일 있는 작품을 전시하게 함으로써 국내 미술계에서는 신선한 기획전이라는 평가를 받았으며, 광주미술계에는 상당한 활력을 제공했다.

지금에야 각 지자체마다 공립미술관을 개관했고, 사립미술관 혹은 다양한 전시공간들이 많이 생겼지만 과거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지방에는 반듯한 전시공간이 그리 흔치 않은 시절이었다. 때문에 ‘빛’전은 전시나 기타 활동의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은 서울지역 작가보다는 지방작가를 배려해 왔으며, 작가선정을 위해 각 지역 전문가의 의견을 적극 수용해 왔다.

현재 광주미술을 대표하는 청·중장년층 작가들은 대부분 하정웅청년작가초대전을 거쳤을 정도로 우리지역 청년작가들에게 ‘빛’전은 선망의 전시이다. 또한 타 지역의 경우도 각 지역의 대표성을 띠는 작가들이 선정되고 있어 ‘빛’전에 대한 인지도와 평가는 상당히 높다. 또한 역사성을 지닌 전시의 안정적 개최, 수준 높은 전시구성, 각 지역별 대표 작가 선발 방식, 광주비엔날레 개최도시의 메리트 등과 함께 하정웅이라는 인물의 명성도 크게 한 몫하고 있다.

올해는 하정웅청년작가들에게 좋은 소식이 있었다. 수림문화재단에서 올해 처음 수림미술상을 제정했는데, 첫 해 공모 대상자를 하정웅청년작가 89명(2001~2016년 선정작가)으로 했다. 그 결과 2008년도 하정웅청년작가로서 부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정혜련 작가가 수상작가로 뽑혔다. 하정웅청년작가초대전이 오랜 역사와 전통을 기반으로 한국 현대미술계를 이끌어 온 청년작가 발굴의 산실임을 인정받은 성과라 본다.

지금까지 하정웅청년작가초대전을 개최하며 늘 아쉬움으로 남는 부분은 작가들에게 실질적인 지원, 즉 창작지원금 지급이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그래도 이 전시의 출발이 기증자와 협약에서 시작되었기에 광주시립미술관 전시 중 예산비중이 상당히 높은 편이고, 해마다 작가들에게 소정의 작품 임차료를 지급해왔다. 다행히 최근 광주시립미술관은 아티스트피를 적극 지급하라는 문화예술정책에 따라 창작지원금 지급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점차 작가들의 지적 창작물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자리 잡아 갈 것으로 보인다.

17년이라는 역사는 쉽게 쓸 수 없는 시간이다. 하정웅청년작가초대전은 지금까지의 성과와 의미, 그리고 향후의 변화 발전 가능성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기도 하다. ‘하정웅청년작가초대전-빛’이라는 타이틀을 정했을 당시처럼, 초심을 잃지 않고 청년작가들의 성장과 지원을 위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올해 11월에도 어김없이 하정웅청년작가초대전 ‘빛2017’전이 시작되었다. 전시를 통해 각 지역 대표 작가들의 선의의 경쟁과 다양하고 실험적인, 젊은 작가의 열정 가득한 현대미술의 세계를 함께하며 격려와 응원 주시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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