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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수도 서울 한복판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통과되던 지난 9일 일본을 다녀왔다.
‘제31회 사쿠라 기념 일본 9인제배구실업단기 남녀 우승 대회’겸 ‘한일국제친선교류대회’를 치르기 위한 한국의 9인제배구연맹 오승재 회장과 임원 3명, 이틀 동안 4경기를 치를 ‘종로구여자배구단’ 감독과 선수 11명의 건강과 안전을 챙기는 임무가 필자에게 주어졌다.
그 동안 관광을 목적으로 한 일본여행의 경험은 있었지만 이번 대회를 치르기 위한 일본 방문처럼 공무는 처음이다.
매번 일본을 방문해 여행 다닐 때 마다 느끼는 똑같은 감탄은 역시 도시 곳곳과 구석구석의 깨끗함과 사람들의 친절함이다. 어디선가 감시당하고 있을법함 마저 들게 하는 청결함은 우연히 라도 쓰레기를 버리면 안 될 것처럼 바짝 정신 들게 만든다.
버스로 4시간 동안 이동하여 종착 한 곳은 가나자와에 위치한 만텐호텔이었다. 일행은 곧 호텔에 짐을 풀고 당일 마련된 일본 9인제배구연맹회장 주최의 환영 리셉션장으로 이동했다.
요즘 한국에선 웬만한 행사는 뷔페가 주를 이루는데 비해 연회장에 마련된 환영식은 과하지 않은 코스요리를 직원들이 서브하는 형식이었다. 한·일 회장단과 몇몇의 임원은 각국의 소박한 선물을 교환하고 자리에 착석했다. 나머지 참석자들은 10개의 원형테이블을 빙 둘러서서 식사를 하는 형태를 취했다.
2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환영사와 대회 참가자들을 소개 하는 행사가 진행되도록 흐트러지지 않는 자세로 식사하는 일본인들의 모습은 필자에겐 다소 생소했다.
이튿날 오전 일찍 경기가 치러지는 ‘이시카와 종합 스포츠센터’를 방문했다. 변두리에 위치한 회색빛 두툼한 콘크리트와 철빔으로 견고하게 지어진 체육관은 자연재해를 염두해 건설됐음을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선수와 관계자, 관중들 포함 1000여 명 정도가 모여드는 체육관은 경기가 치러지는 이틀 동안 화장실은 물론 로비나 계단 등 주변 곳곳이 깨끗하게 정돈돼 있었다.
이러한 것은 물론 버리지 않는 일본인들의 생활습관도 중요하지만 200여명의 지역 자원봉사자들의 소리 없이 철저하게 분업화된 움직임의 결과였다.
한국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9인제배구는 사실 일본에서는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있다. 이번 사쿠라기념 대회 역시 31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이 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여자배구만 하더라도 260개 팀이 1년간의 예선전을 거쳐 12개 팀이 선발되어 참가하게 된다.
한국 팀은 6인제배구에 익숙한 선수들을 급조해 짧은 기간 훈련하여 겨우 구색을 갖추게 되었다. 물론 양 국가 간의 경기 방식이나 규칙이 달라 일본에서 치르는 경기는 일본식, 한국에서 치르는 경기는 한국식을 따르는 방식을 따르고 있다.
한국 팀의 경기 결과는 예상했던 대로 부진하였다. 우리와 경기를 치른 4팀 선수들 모두 신장은 우리 선수들보다는 작았지만 경기를 풀어가는 수준은 놀라웠다. 작은 키를 활용한 높은 점프력과 공을 따라다니는 순발력, 공을 살려내는 정확성, 상대를 피곤하게 만드는 빠른 속도의 공격성, 9명 개개인의 분업화된 기계적 개인기와 필요할 때 나타나는 체계화된 조직력은 우리 선수들을 혼란스럽게 뒤흔들어 놓았다. 작지만 강한 조직력을 앞세운 경기를 선보인 4개의 일본 팀들에게 승리를 내줬다.
한국 9인제배구 연맹 오승재 회장의 말을 빌리자면 ‘우리나라 스포츠에 관련된 한 단면을 보여주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나 팬들의 관심은 돈이 되는 프로스포츠에만 쏠려있으며 그나마 올림픽 때 보여주는 일시적 관심을 제외 하면 흔히들 비인기 종목의 생존과 생활체육 확산은 열악하기만 하다.
재정적 지원을 통한 일본정부의 생활체육의 저변 확대는 지난 리우올림픽에서 반란을 일으켰다.
충분한 재정을 바탕으로 생활체육과 엘리트체육의 융합을 통해 국민의 건강증진, 삶의 질 향상 또 나아가서는 올림픽에서의 좋은 성적을 거둠으로써 일본은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 효과를 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