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희원 서양화가 |
2016년이 저물었다. 몸이 가벼워져 벽에 걸려 바둥거리던 한 장 남은 12월의 달력을 떼어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새 달력을 걸고 세월이 유수같이 흐른다는 말을 생각해 본다. 시간은 눈에 보이지 않아 실체가 없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변해가고 머리에 서리가 하나씩 느는 것을 보면서 보이지 않던 시간의 흐름을 알게 된다.
시간의 흐름으로 보면 2016년이나 2017년이 다를 바가 없다. 하지만 인간은 생활의 편의를 위해 시간이라는 개념을 만들었다. 한해가 지날 때면 지나온 날들을 생각하고 정리하며 또 새해에는 마음을 다시 한 번 다잡고 나름의 계획을 세운다.
2016년이 시작 될 때 우리는 희망이라는 단어를 모두의 가슴에 품었다. 우리가 속해있는 대한민국이라는 선박에 승선하여 망망대해를 표류하면서도 언젠가는 희망이라는 육지에 다다를 수 있을 것이라는 마음을 품고 거센 바람과 파도를 이겨내며 나아갔다.
세월이 지나 2016년의 한해를 마감하면서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니 대한민국호는 깃대가 부러지고 선박의 곳곳에는 상처투성이의 모습만 남아 있다. 그러나 우리민족의 역사를 돌이켜 보면 수많은 부침 속에서도 국민들은 지혜를 모아 난관을 극복해 나갔다.
깨어있는 민족만이 역사의 흐름 속에서 희망의 대지에 올곧게 설 수 있다. 나라가 부침이 심해 문화 예술계에서도 그 영향으로 숨을 죽이고 있는 형편이다. 위대한 예술은 역사의 아픔 속에서도 시대정신을 반영한 작품이 탄생하지만 오랫동안 지속된 안정된 환경에서 더욱 깊이 있는 예술 작품이 창작된다. 국민들이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고 삶이 안정되었을 때 예술을 찾게 되고, 예술가들은 그들의 후원과 관심 속에서 창작의 의욕이 활기차게 일어난다.
우리지역의 미술 분야에서는 국제적인 행사와 굵직한 전시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개인적인 창작 활동은 눈에 띄게 줄었다는 것을 느낀다. 이러한 현상이 벌써 몇 년째 지속되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예술은 국가나 관이 나서서 주관하는 것보다 예술가 개개인의 창작 활동이 불꽃 튀게 일어났을 때 향유하는 이들에게 훨씬 감동적으로 다가간다.
11회째 맞은 광주 비엔날레도 광주와의 소통에 한 층 신경을 쓰고 있다. 시립미술관에서는 광주 문화예술회관 부지에 위치한 옛 미술관을 리모델링하여 사진전시관으로 개관하였다. 2015년부터 광주·전남 상생 프로젝트로 추친 했던 ‘G&J 광주 전남 갤러리’가 지난 10월 서울 인사동에서 개관하여 광주·전남 작가들의 서울 전시회가 한 층 수월하게 되었다.
광주문화재단에서는 광주가 2014년 미디어아트분야에서 유네스코 창의도시로 지정된 후 국비 10억, 시비 10억으로 미디어 아트 관광레저 기반 구축 산업에 착수했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조선대학교 미술70년’전이나 현대미술을 지향하는 에뽀끄회도 ‘1964~2016 에뽀끄 50년을 넘어서다’전이 열려 대체적으로 활기찬 한 해였다. 그렇지만 지역 예술가들의 개인적 창작 환경은 극도로 위축되어 힘겨운 과정을 통과하는 이중적인 상황도 보였다.
지나온 예술의 역사를 보면 그 바탕에는 그 시대의 상황이 존재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위대한 예술가의 개인적 창작활동을 통해 예술사가 이루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사회가 혼탁할 때 예술은 정화작용을 한다. 2017년은 우리 민족에게 절망과 희망의 간극에 서 있는 해이기도 하다. 예술가들이 그 간극의 정점에서 국민들의 감성에 희망의 불꽃을 일으켰으면 한다. 뛰어난 예술가의 출현이 기대되는 2017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