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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12월 노무현 후보가 광주공원에서 유세하는 자리에서 ‘광주를 문화수도로 만들겠다’는 발언이 튀어나왔다. 아무도 관심 갖지 않던 이 유세의 내용이 노무현 후보의 승리로 대선이 마무리되고 신년을 맞이하면서 모 신문의 신년 특집을 통해 ‘새 정부는 문화수도 광주 공약을 지켜라’, ‘문화수도 광주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가’ 등에 대한 성급한 주장이 제기됐고, 이것은 지역에 생각지도 못한 반향을 일으켰다. 당시 문화부 기자로 활동하던 필자 또한 문화수도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해 5회 가량의 특집을 게재했던 기억이 난다.
대통령이 된 노무현은 광주에 와서 ‘문화수도’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광주를 문화메카로 만들겠다고 했고, 2조원의 예산을 투입하겠다는 예산계획까지 제시하면서 문화수도 혹은, 문화중심도시 광주 사업은 수도권 예술인과 학자들, 행정 관료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급물살을 탔다.
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은 이후 부침과 변화를 거듭했다. 그리고 올해 15년째를 맞이했다. 그동안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완공됐다. 처음 구상에 비해 많은 차이가 있지만 다양한 일들이 전당에서 진행되고 있다.
15년 전 이야기를 길게 늘어놓는 것은 광주문화재단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함이다. 알다시피 광주문화재단의 전신은 광주시문화예술진흥위원회(약칭 문진위)다. 2003년 말 노무현 정부는 전국의 문화예술 지원 기능을 민간 자율에 맡기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고, 광주문진위는 이를 위해 시범 기구로 출발했다. 그 기능은 광주시의 일부 문화예술 정책 및 집행과 함께, 무엇보다도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 사업을 진행하는 광주시의 중요한 도구 역할을 하는 데 있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이를 위해 당시 지역의 진보 예술계에서는 기금 1000억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갖고 있었다.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들렸지만 문화중심도시 조성 사업이라는 거대한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노무현 대통령 임기 내 기금 1000억원, 최소한 500억원이라도 조성되는 것이 절실했던 것도 사실이다. 여러 이유로 기금 모금은 물거품이 됐지만.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개관은 계획 수정과 협상을 거치면서 당초 예정보다 5년이나 늦어졌고, 7대 문화권 조성을 주축으로 하는 문화적 도시환경 조성도 미뤄지고 있다. 문화중심도시 조성 사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아왔어야 할 문진위는 물론이고 2011년 출범한 광주문화재단도 문화중심도시 조성 사업에서는 소외돼왔다. 이같은 오늘의 현실은 노무현 정부 이후의 보수 정부가 지역을 홀대한 탓이 크지만 우리 지역의 총체적 책임 또한 작지 않다.
1월 13일 창립 6주년을 맞은 광주문화재단은 올해 광주형 문화사업 정착 및 브랜드화를 목표로 5개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문화도시 환경 조성을 위한 정책개발 및 하모니타워 역할 강화 △창조적 문화활동 지원과 생활 속 문화향유 확대 △미디어아트 기반 창조도시 및 아시아문화중심도시 브랜드 강화 △공공문화시설 운영 최적화 및 서비스 제고 △남도전통문화예술 활성화 및 서비스 제고 등이다.
특히 미디어아트 기반 창조도시 및 아시아문화중심도시 브랜드강화 전략이 눈길을 끈다. 2012년 유네스코미디어아트창의도시 가입 준비를 서두른 것도 광주문화재단이었고, 창의도시 사업단을 이끌어갈 조직도 문화재단이 됐다. 광주문화재단의 추진 전략은 이를 중심으로 문화중심도시 조성의 한 축을 맡겠다는 각오를 담고 있다.
재단의 힘만으로 이뤄질 수 없는 큰 비전이다.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초발심을 상기시키고 싶다. ‘지금’ 정부의 초심이 아니라 문화중심도시조성 사업의 초심, ‘아시아문화메카’를 당당하게 외칠 수 있었던 초심으로 돌아가 하모니를 이루고 협업을 통해 문화가 어떻게 세상을 바꾸고, 국가를 바꾸는지, 사람을 이롭게 하는지 선도적으로 보여줬으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