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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지법 제11형사부 김송현 재판장은 범죄인 인도 절차에 따라 전날 국내로 강제 송환된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이 청구한 ‘구속 취소’ 심리를 진행했다.
허씨는 2007년 5~11월 지인 3명의 명의로 보유하던 대한화재해상보험 주식 36만9050주를 매도해 25억원을 취득하고도 소득 발생 사실을 은닉, 양도소득세 5억136만원을 내지 않은 혐의로 2019년 7월23일 기소됐다.
차명 보유 주식의 배당소득 5800만원에 대한 종합소득세 650만원을 포탈한 혐의도 받고 있다.
수사기관은 지난 2014년 7월 서울지방국세청의 고발로 수사를 개시했으나, 허 전 회장은 검찰이 2015년 7월 참고인중지 처분을 내리자 같은 해 8월3일 뉴질랜드로 도피했다.
2019년 8월 기소된 허씨는 코로나19와 건강상의 문제를 이유로 첫 재판(2019년 8월 28일)부터 이날까지 단 한 차례도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해당 재판은 2023년 8월 공판준비기일이 열렸으나 뉴질랜드로 장기 출국한 허씨가 수년간 재판에 불출석하면서 7년째 공전했다.
법원의 구인장 발부로 27일 오후 8시께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국내 송환된 뒤 광주교도소에 수감됐던 허씨는 이날 재판에 참석, 7년 만에 피고인석에 섰다.
수감복을 입은 허씨는 “다른 부분에 대한 탈세는 모두 인정하지만, 특정 사건에 대해서는 인정할 수 없다”며 “앞으로 성실하게 재판에 임하겠다”고 구속 취소를 요청했다.
이어 “비행기를 타면 안 된다는 의사 진단서도 있지만 ‘죽을지도 모른다’는 각오로 귀국했다. 뉴질랜드에서 주택건설 사업을 하다 각종 고소·고발로 계좌 지급 정지 등 현지 사업에 어려움이 있었다. 관련 뒷정리를 하다 귀국이 늦어졌을 뿐, 해외 도피는 아니었다”고 역설했다.
허씨의 변호사 김강산·신재형(법무법인 지평) 등은 “2015년 참고인 중지 결정은 수사 과정에서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사실을 뒤늦게 안 검사가 과오를 덮고자 공소권을 남용한 것으로 보인다. 시효가 남아있는데 공소를 제기했다는 소명이 없다”고 공소시효 도과를 주장했다.
특히 “검찰이 구인용 구금영장으로는 신병 인도를 할 수 없다며 구속용 구금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한 것 역시 적법하지 않다. 인도 절차 관행에 맞지 않고 인치 장소의 자의적 지정이 아닌가 의심스럽다. 검찰이 사실 아닌 주장으로 법원에서 발부받은 영장은 무효이다”고 강조했다.
이에 검찰은 모두 추측성 진술일 뿐, 황당하고 무례한 주장이라고 맞섰다.
검찰은 “공소시효 완성 이후 기소에 대해서는 거듭 소명한 바 있고, 재판부 역시 ‘출석 없이 면소 판결을 해달라’는 허씨 측 주장을 배척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인도 절차가 적법하지 않다는 논리에 대해 “구인영장의 집행 가능성과 인도 절차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구속용 구금영장 발부가 필요하다고 주장해 법원으로부터 적법하게 발부받은 것이다”면서 “허씨는 기소 이후 7년째 해외 도피를 했던 자이고, 증거 인멸이라는 구속 사유도 추가로 존재한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이미 도망했고, 이제 와서 갑작스럽게 성실한 재판 출석을 말하는 것은 도무지 기대하기 어렵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고 꼬집었다.
재판부는 추후 허씨가 신청한 구속 취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다만 재판부는 허씨의 ‘뉴질랜드부터 줄곧 주거지가 명확했다’는 주장에 대해 “주소가 일정하더라도 출석하지 않으면 해당 재판은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
한편 허씨는 2014년 2월 카지노에서 도박한 사실이 드러나자 2014년 3월 귀국, 하루에 5억원씩 탕감받는 이른바 ‘황제 노역’을 하다 국민의 공분을 샀다. 이후 논란이 커지자 허씨는 엿새간 노역으로 탕감받은 30억원을 제하고 남은 벌금 224억원을 납부했다.
임영진 기자 looks@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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