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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 대명절인 추석 대목을 앞두고 전남지역 과수농가들이 시름에 잠겼다.
올여름 기록적인 폭염과 기습·괴물 폭우가 농가를 직격하면서 착과율이 낮고 낙과도 많은 상황에서 수확한 과일마저도 제값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21일 전남 장성군 북하면 한 사과 농가.
해당 농가는 명절 대목 수확을 앞두고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었다.
하지만 농장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열매를 훑어보던 농부는 연거푸 한숨을 내쉬더니 농장 한 켠에 쌓아둔 박스들을 가리켰다.
박스에는 폭염 속 햇볕에 데여 물러지거나 봄철 저온 피해로 알맹이가 제대로 익지 않아 상품성이 없는 사과가 가득했다.
농장 곳곳에는 덜 자란 채 땅에 떨어져 썩어가는 열매에 벌레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농장을 둘러보는 시간에도 수시로 열매가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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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3090㎡ 규모의 농장에서 750여 그루의 사과나무를 5년째 키우고 있는 김상영·선기순씨 부부는 올여름 반복된 폭염과 폭우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봄철 사과 꽃이 피어 열매가 가장 잘 자라야 할 시기에 저온 피해를 입었고, 장기간 이어진 여름 폭염에, 시기를 지난 폭우까지 겹치며 지난해보다 작황이 절반가량 줄었다.
실제 해마다 그루당 100~150여개의 사과 열매가 열렸지만 올해는 50여개 안팎으로 감소했다.
김씨 부부는 오전 6시30분 농장을 찾아 땅에 떨어진 사과를 줍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하루에 떨어지는 사과의 양만 해도 600~700개나 되다 보니 이를 줍는 시간만 2시간여가 소요된다.
그나마 평년보다 다소 늦어진 추석 명절에 수확량 회복을 기대했지만 수시로 떨어지는 낙과에 속만 타들어가고 있다.
낙과가 많은 이유는 사과 데임 현상으로 인한 갈변과 의미 없이 쏟아진 비 때문에 습도가 높아지면서 발생한 탄저병 때문이다.
주변의 일부 농가에서는 올해 수확을 포기하고 싶어도 내년 농사까지 망칠 수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키우는 곳도 있었다.
김씨는 “반복되고 심해지는 이상기후에 해마다 피해를 입고 있다. 올해는 이른 더위가 장기간 이어지고 시기에 맞지 않은 비까지 쏟아지니 답답한 심정이다”며 “아침마다 떨어진 열매들을 보면 한숨밖에 나오지 않는다. 앞으로 농사를 계속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별 도움이 안 되는 농작물재해보상금의 기준도 현실에 맞게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피해 규모에 비해 보상이 턱없이 적고 피해 인정 기준도 까다로워 복구에 어려움을 겪는 농업인이 많다. 농가들 사이에서는 ‘완전히 망해야 그나마 쥐꼬리 보상을 받는다’는 이야기도 나온다”며 “보상단가 상향, 정부 지원 확대 등 현실에 맞게 개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용성 기자 yo1404@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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