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영아 학대…이제는 끊어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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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영아 학대…이제는 끊어내야

임영진 사회부 차장

생후 4개월된 영아를 숨지게 한 ‘해든이 사건’ 재판부가 23일 친모에게 무기징역을, 친부에게 4년6개월을 선고했다. 결심 공판 전부터 엄벌을 촉구하는 탄원과 진정이 잇따랐던 이번 사건을 향한 사회적 분노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그러나 이 사건을 바라보는 시선은 처벌 수위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반복되고 있는 영아 학대 사망의 고리를 끊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 전체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 확인 결과 최근 3년간 전국에서 아동학대로 숨진 아이들 중 2세 이하 영유아 비중은 46.8%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스로 도움을 요청할 수 없는 아이들일수록 더 큰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의미다.

이 같은 현실 속에서 정부는 병원 진료·검진 기록이 없는 6세 이하 아동 5만8000명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의료 이용 이력이 없는 아동을 중심으로 위기 징후를 선제적으로 발견하겠다는 취지다. 방문조사 강화와 보호 체계 확충, 처벌 강화 방안도 함께 추진된다.

아동학대는 대부분 가정 안에서 발생하고, 외부로 드러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그 사이 여러 기관이 위험 신호를 포착하고도 적절히 연결되지 못하는 경우가 반복돼 왔다. 제도가 있음에도 현장에서 놓치는 순간, 피해는 고스란히 아이에게 돌아간다.

2020년 양부모가 생후 6개월된 아기를 학대, 살해한 ‘정인이 사건’ 이후 제도 개선이 이어졌지만, 영아 사망 사건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는 점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과제가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빨리 발견하느냐’다. 이상 신호를 놓치지 않고, 이를 실질적인 보호 조치로 연결하는 시스템이 갖춰질 때 비로소 비극의 반복을 막을 수 있다.

처벌 강화는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해든이 사건은 또 하나의 충격적인 사건으로 소비되고 끝나서는 안 된다. 제도가 현장에서 작동하는지, 위험에 놓인 아이들을 실제로 찾아내고 보호하고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점검으로 이어져야 한다.

더 이상 영아 학대 사망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것, 그것이 지금 이 사회가 반드시 넘어야 할 최소한의 기준이다.
임영진 기자 looks@gwangnam.co.kr         임영진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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