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와 큐레이터는 매개체…변화를 함께 다룬다"
검색 입력폼
미술

"예술가와 큐레이터는 매개체…변화를 함께 다룬다"

■작품 사전공개 현장서 만난 광주비엔날레 호 추 니엔 예술감독
제주 화산암·초코파이 관련 작품 상세 설명
속도의 차이…바라보는 방식 등이 변화 추동

호 추 니엔 예술감독이 용봉동 소재 광주비엔날레 주전시동 4전시장에서 열린작품 사전 공개 설명 자리에서 일본 작가 사사키 켄 작가의 ‘초코파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6 제16회 광주비엔날레’ 작품 사전 공개가 18일 오후 2시 광주특별시 용봉동 소재 광주비엔날레 주전시동 4전시장에서 열린 가운데 호 추 니엔 감독은 작품 2점에 대한 내용 설명에 나섰다. 이날 호 추니엔 감독은 이번 작품 두 점의 설명을 통해 변화를 전제로 시간의 지층과 연관지어 설명을 펼쳤다.

호 추 니엔 감독은 먼저 제주 화산암(총 27점으로 구성)과 관련해 전시주제가 내세운 변화와는 반대로 해석될 수 있지만 오히려 서로 다른 속도로 일어난 변화의 결과라고 강조했다. 그는 화산이라고 하는 지질의 현상 안을 조망했다. 제주도는 섬 자체가 아주 긴 지질학적 시간 속에서 화산 활동을 통해 만들어진 가운데 수많은 분출과 용암의 흘러내림, 냉각과 응고가 오랜 시간에 걸쳐 쌓인 결과로 내다봤다. 이 화산에는 아주 짧고 극적인 순간들과 폭발하는 순간 녹은 물질이 몇초 만에 공중으로 솟구치는 등 서로 다른 속도의 반영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전시에 선보일 화산암에는 파호이호이 용암으로 밧줄 구조라는 흥미로운 사실이 숨겨져 있다면서 이는 서로 다른 속도가 하나의 물질 안에 동시에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특히 그는 바위에서 서로 다른 변화의 속도가 하나의 형태를 만들어내는 점을 흥미롭게 봤다는 설명이다.

그는 “어떤 부분은 더 빨리 식고, 또 다른 부분은 계속 흘러 내린다. 액체와 고체가 한동안 동시에 존재한다. 그리고 바로 그 속도의 차이가 하나의 형태가 된다. 그래서 이 바위는 단순한 변화의 과정을 거친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변화가 눈에 보이는 형태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가끔 고집이 센 사람을 두고 바위와 같다고 말한다. 그런데 어쩌면 바위는 움직임의 반대가 아닐지도 모른다. 오히려 바위는 우리가 살아가는 시간보다 훨씬 긴 시간 속으로 들어간 움직임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면서 “화산 폭발이나 단절, 위기 같은 것이 극적인 변화이다. 변화는 아주 느리게, 서로 다른 속도로 우리의 감지 범위 아래에서 계속 일어난다”고 언급했다.

‘2026 광주비엔날레’ 호 추 니엔 예술감독. 최기남 기자 bluesky@gwangnam.co.kr
이어 일본 작가 사사키 켄(Sasaki ken)의 유화 ‘Choco Pie’에는 오래 신은 신발이나 욕실 매트, 청소용 걸레 같은 일상적인 사물부터 풍경이나 문서, 그리고 형이 그린 그림까지 대상이 등장한다. 이 작품들을 연결하는 것은 대상 자체라기보다는 그 대상으로 바라보는 작가의 태도로 인식하고 있다.

호 추 니엔 감독은 초코파이라는 자체에 함유된 변화의 역사에 주목했다. 그는 하나의 정확한 기원을 찾아내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싶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 작은 과자가 보여주는 서로 가까워지며, 영향을 주고받은 역사에 관심이 있을 뿐 아니라 전후의 미국과 일본, 한국 사이에서 산업 기술과 소비 습관, 그리고 취향이 이동하고 또 각각의 장소에서 조금씩 변화된 과정이라는 전언이다.

그는 초코파이는 빠른 산업 생산과 소비를 위해 만들어진 물건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초코파이는 엄청난 수량으로 생산되고 가볍게 구입하며 빠르게 먹고 사라지는 반면, 유화는 전혀 다른 속도로 작동한다는 입장이다. 사사키 켄 작가는 금방 사라지도록 만들어진 것이 천천히 바라보는 대상으로 바뀐다는 시각이다.

이에 대해 호 추 니엔 감독은 초코파이야말로 우리에게 너무 평범해 잘 보이지 않지만 그안에도 장소와 장소 사이의 관계, 이동과 변화의 역사가 내포돼 있을 수 있으며, 우리의 바라보는 방식이 달라지는 순간 그 사물은 다시 변화할 수 있다는데 공감을 표한다.

호 추 니엔 감독은 이번 사전 공개에서 중요한 단어로 변화를 꼽은 뒤 예술가와 큐레이터의 역할을 잊지 않았다. 그는 “실천은 서로 다른 변화의 속도를 알아차릴 수 있는 감각을 기르는 것에서 시작하는지도 모르겠다. 변화는 이미 일어나고 있다”면서 “우리가 아무 것도 없는 곳에서 변화라는 것을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예술가와 큐레이터는 통로, 혹은 전달자, 매개체에 더 가까운 존재일지도 모른다. 이미 진행되고 있는 변화를 함께 다룬다”며 “그것에 형태를 부여하거나 다른 방향으로 이끌거나, 혹은 우리가 감지할 수 있는 것으로 만들어준다”고 전했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고선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광남일보 (www.gwangnam.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