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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융합동물+유토피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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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전’(流轉) 시리즈 |
그가 그려내는 세계에서 실루엣으로 표현된 인간과 섬세하게 묘사된 동물, 그리고 의외성을 안은 채 등장하는 인공 사물은 미묘하게 공존하는 한편, 작업이 쌓여가면서 그의 화폭은 야생과 문명이 질서와 혼돈 속에 조화를 이룬, 특별한 영토를 이루고 있다는 평가를 줄곧 받아왔다.
이런 연장선상에 작가의 작업 전반을 접할 수 있을 이번 전시의 주제인 ‘말이라 불리운 사나이’는 초등학교 때 본 영화제목을 차용한 것으로 말처럼 힘차게 삶과 회화라고 하는 레이스를 달려온 것을 빗댔다. 그는 자칭 영화광이다. 그가 본 영화만 수백편은 넘는다고 알려져 있다. 이런 배경이 전시 주제를 결정한 계기가 된 듯하다.
그의 화폭에는 검은색 인간 형상들과 어우러진 동물들이 화폭 위를 유영하고, 은색 빗금이 쳐진 빛나는 몸으로 화면을 질러가는 동물들의 형상이 드러난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1991년부터 재직해온 전남대 퇴직을 앞두고 그간의 화업을 돌아보는 ‘정년퇴직 기념전’이지만 시기별로 전작을 보여주는 전시는 아니다. 그가 “교수라는 직분을 내려놓고 인간 허진으로 돌아가는 전시”라고 이미 밝혔듯 교수직에서만 퇴직할 뿐 작업실에서 퇴직하는 것은 아니기에 ‘자유의 몸’으로 돌아가 앞으로 좀 더 열심히 그리겠다는 포부를 밝히는 자리이기도 하다. 그동안 인간 삶의 둘레에 쳐진 울타리를 그림으로 뛰어넘었듯이, 말처럼 허들을 뛰어넘겠다는 야심이 이번 전시 제목에 농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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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전’(流轉) 시리즈 |
작가와 함께 전시 기획에 나선 이근정 기획자는 “작가는 배짱의 작가다. 그의 상상력은 사실상 전복의 상상력이다. ‘동물’ 시리즈의 경우, 그동안 작품 해석이 ‘생태 보전’ 쪽에 치우쳐 있었다. 허진은 이종(異種)이 경계 없이 어우러진 혼종(混種)의 경지를 묘사한다. 중심과 주변이 뒤집어져 삶의 양식을 확장하자는 것”이라고 평했다.
작가는 대학교수 부임 무렵 꽤나 주목받던 작가였다. 1988년 동숭동 소재 문예진흥원 미술회관(현 아르코미술관)에서 첫 개인전 ‘묵시’를 열 당시, 그는 단번에 주목받는 청년작가로 떠올랐다. 한지와 수묵채색이라는 전통 재료에 여러 화판을 콜라주하는 기법을 결합한 그의 그림들은 그전까지 동양화 화단에서 보지 못한 기운을 뿜어냈고, 근대 이전과 이후의 인물들이 포효하는 듯 뒤섞인 모습과 진한 발묵(潑墨)이 자아내는 정념은 강렬하면서 대범했기 때문이다. 이렇듯 첫 개인전에서 큰 배포를 열어 보인 젊은 작가는 배경 또한 화려하다. 그의 조부는 호남 전통 화파의 상징적 고봉으로 일컬어지는 남농 허건(1908~1987)이며, 고조부는 추사 김정희의 문하에서 서화를 수업하고 남종화풍을 토착화환 소치 허련(1808~1893)이다. 이처럼 탄탄한 화맥의 흐름 속에서 거침없는 청년작가가 나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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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목동물+인간-문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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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진 교수 |
이런 그는 2010년대 들어 화폭에 동물들을 큼직하게 끌어오기 시작한다. 그전까지 그의 화면을 지배하던 인간은 검은 실루엣으로 흩어져 배열되고, 포유동물의 형상이 자연과 문명의 조각들 위로 거침없이 부상한다. ‘유목동물’과 ‘이종융합동물’ 연작에서 드러나는 화면은 그만의 생태지형도같은 느낌이 들게 했다. 이를 두고 이주희 미술평론가는 “각종 생명이 깃든 것들이 가득 들어차 생기를 발하는 화면에서는 화재와 화풍의 궤도를 예측하기 힘든 작가의 야성미를 느낄 수 있다. 이런 작가의 야성적 화의는 환상과 현실을 넘나들고 초자연적 현상을 환유하며 자유에 다가가고자 했던 마술적 리얼리즘과도 성격을 함께 한다”고 언급했다.
허진 교수는 서울대 미술대학 회화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 제39회 개인전과 서울을 비롯해 일본 중국 러시아 등 국내외 다수 단체전에 참여했다. 제8회 대한민국 미술대전 특선(1989)에 뽑혔고, 제1회 한국일보 청년작가 우수상(1995)과 문화예술관광부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2001) 등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한국장애인문화예술대상’에서 대통령 표창을 수여받기도 했다.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과 서울시립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 금호미술관, 한국일보사, 통도사 성보박물관, 교토 노무라미술관 등에 두루 소장돼 있다.
※발묵 : 명사 글씨나 그림에서, 먹물이 번져 퍼지는 일. 또는 그렇게 하는 기법을 말한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발묵 : 명사 글씨나 그림에서, 먹물이 번져 퍼지는 일. 또는 그렇게 하는 기법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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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8.24 (월) 08:3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