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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기관과 복지단체, 자살 예방 캠페인 현장 등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문구다. 하지만 이 평범한 문구는 역설적으로 우리 사회가 주변의 위기 신호에 얼마나 무감각한지를 보여주는 서글픈 방증이기도 하다. 무관심과 고립 속에서 도움을 요청하지 못한 이들이 생명의 골든타임을 놓치는 일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자살은 더 이상 개인의 심리적 약함이나 일시적인 방황, 한 가정의 불행으로 치부할 수 없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자리 잡았다. 대한민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의 자살률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지역 사회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전남과 광주지역 자살 지표가 전국 평균을 웃돌거나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광남일보는 연속 기획보도를 통해 자살을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체가 함께 해결해야 할 공공의 과제로 바라보고, 생명 존중 문화 확산과 정신건강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에 나서고자 한다.
△숫자로 증명되는 비극…가파른 증가세
광주·전남자살예방센터가 지난해 발생한 자살사건 현황을 분석한 결과를 들여다보면 지역의 심각한 현실이 드러난다.
2024년 기준 전국 평균 자살률은 29.1명(인구 10만명당 자살자수)이다. 전남은 34.5명으로 제주(32.4명), 강원(29.1명)에 이어 전국에서 3번째로 높았고, 광주는 29.9명으로 전국 평균을 웃돌았다. 자살 사망자 수도 전남 618명과 광주 388명으로 전년보다 증가세를 보였다.
광주의 자살률은 2022년 25.0명으로 전년보다 5.3% 감소하며 한때 개선되는 듯했지만, 2023년 27.3명(9.2%), 2024년 29.2명(9.5%)으로 2년 연속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자살 동기는 정신적·정신과적 문제가 148명(36.4%)으로 가장 많았다. 경제생활 문제가 115명(28.3%), 육체적 질병 문제가 61명(15.0%)으로 뒤를 이었다.
연령별로는 40~59세 중년층이 175명으로 전체 자살자의 40%가량을 차지해 가장 많았다.
중년층의 경우 자녀 양육과 교육비 부담, 갑작스러운 실직이나 사업 실패, 금융 부채 증가 등 경제적 책임과 압박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힘든 상황을 주변에 털어놓거나 상담받는 것을 꺼리는 사회적 분위기도 위기 상황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도움을 요청하기보다 혼자 감당하려다 심리적 한계에 이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전남의 상황은 더욱 엄중하다.
전남의 2024년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34.5명로 높게 나타났다.
자살 사망자 수도 2022년 485명에서 2023년 528명, 2024년 618명으로 크게 늘었다. 전년 대비 증가율은 2023년 9.8%에 이어 2024년에는 18.2%까지 치솟았다. 지역사회 전반에 비상 경고등이 켜진 셈이다.
연령대별로는 80세 이상에서 자살률이 51.4%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급격한 고령화와 농어촌 지역의 사회적 고립, 상대적으로 열악한 지역 경제 여건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전남은 독거노인 인구가 증가하면서 돌봄 공백이 생명 위기로 이어지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의료·복지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농어촌에서는 우울감이나 고독감을 호소하더라도 적절한 상담과 치료를 받지 못한 채 방치되는 경우가 있다는 지적이다.
평생 생업과 자녀 양육에 매달렸지만 충분한 노후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상황에서 암 등 만성질환까지 겹치면 경제적 부담은 더욱 커진다. 여기에 자녀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다는 미안함과 홀로 남겨진 외로움까지 더해지면서 극단적인 선택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전남지역 자살 동기는 경제생활 문제가 196명(31.5%)으로 가장 많았다. 정신적·정신과적 문제가 193명(31.0%), 육체적 질병 문제가 114명(18.3%)으로 뒤를 이었다.
광주와 전남 모두 남성 자살 사망자 비중이 높았다. 2024년 남성 자살 사망자는 광주 307명, 전남 484명이었으며 여성은 광주 114명, 전남 134명으로 집계됐다.
청년층 역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19~34세 청년 자살률은 전국이 인구 10만명당 24.4명이었지만 광주는 24.7명, 전남은 29.6명으로 모두 전국 평균을 웃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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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방서와 자치단체 등이 주민의 신고를 받고 현장 출동에 나서는 모습. 사진제공=전남광주통합특별시 광산구청 |
지역 자살예방센터와 자치구 통합돌봄과 등 일선 현장의 상담사와 사회복지사들은 통계에 드러나지 않는 위기의 심각성이 더 크다고 입을 모은다.
한 상담가는 “위기 전화나 현장 출동 요청을 받아보면 단순히 심리적인 우울감 때문에 삶을 포기하려는 사람은 거의 없다”며 “한 달 치 월세가 밀리거나 당장 먹을 쌀이 없고, 병원 치료비를 감당하지 못하는 등 경제적·사회적 위기가 겹치면서 심리적 마지노선이 무너진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자살은 결과적으로 심리적인 현상이지만 그 배경에는 경제적·사회적 결핍이 자리한 경우가 많다”며 “전남광주 지역은 상대적으로 일자리가 부족하고 복지 자원도 취약해 한 번 위기에 빠진 사람이 다시 일어서기가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자살로 인한 직·간접적인 사회적 비용도 막대하다.
경제활동을 담당하는 생산연령인구의 손실은 물론, 유가족이 겪는 정신적 충격과 치료비, 사회적 안전망에 투입되는 비용까지 국가와 지역사회가 부담해야 하는 손실은 상당하다.
특히 자살 사망자가 발생하면 유가족 역시 심각한 정신적 충격에 노출된다. 남겨진 가족의 애도와 회복을 지원하고 추가적인 위기를 예방하기 위한 사회적 개입이 필요한 이유다.
결국 자살은 개인이 홀로 짊어져야 할 문제가 아니다. 사회적 고립과 불안정한 안전망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는 구조적 문제인 만큼 해법 역시 공동체 전체의 회복에서 찾아야 한다.
전문가들은 자살은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의 부재가 낳은 비극인 만큼 무엇보다 위기 신호를 조기에 발견하고, 적기에 전문적인 개입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역사회 안전망을 촘촘하게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웃의 작은 변화를 살피는 ‘생명지킴이’ 양성을 확대하고, 24시간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와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에 대한 접근성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지자체 한 관계자는 “소외된 이웃을 향해 공동체의 안테나를 세우고 먼저 따뜻한 손을 내밀 때 비로소 비극의 그늘을 걷어내고 생명의 골든타임을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제작 지원=한국언론진흥재단
임영진 기자 looks@gwangnam.co.kr 임영진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2026.09.14 (월) 15: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