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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원자재 가격 상승과 소비 위축 속에 광주·전남 지역의 골목경제는 깊은 침체에 빠져 있다. 우리 지역은 물론 수도권 등 대도시에서도 장사가 안 돼 폐업하는 자영업자들이 늘고 있으며, 대로변 곳곳에 텅 빈 점포들이 줄지어 있는 실정이다. 자영업자의 매출 부진, 소상공인의 부채 증가와 연체율 상승은 이제 특정 계층의 어려움을 넘어 지역 전체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구조적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결정된 내년도 최저임금은 올해보다 2.9% 오른 시간당 1만320원이다. 이번 인상은 17년 만에 노사정 합의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영세 소상공인의 부담은 더욱 커졌다. 근로자 입장에선 임금 인상이 반가운 소식일 수 있으나, 영세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에게는 인건비 부담이 더해진 첩첩산중의 현실이다. ‘팔아도 남는 게 없다’고 말하는 자영업자들은 인건비 인상까지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서 사업을 계속할지 고민에 빠져 있다.
한국은행 광주전남본부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광주지역 소비자심리지수는 기준치(100)를 밑도는 96.4를 기록했다. 지역민의 체감경기를 반영하듯 ‘소비 위축’이 본격화된 것이다. 통계청의 서비스업활동지수도 도소매업과 음식·숙박업이 3분기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지역 자영업자들은 ‘지금 상황이 코로나19 당시보다 더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전국 소상공인 폐업률이 약 11.2%로, 10곳 중 1곳 이상이 문을 닫고 있다고 밝혔다. 광주·전남 역시 이와 유사하거나 더 높은 폐업률을 보이는 것으로 추정된다. 설상가상으로 소상공인 대출 연체율도 상승하고 있다.
저소득층이거나 저신용자인 취약 자영업자의 연체율은 12.2%로, 1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체는 단순한 통계를 넘어 신용 하락과 재기 불능의 악순환을 초래하는 심각한 위험 요소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도입한 ‘민생회복 소비쿠폰’ 정책은 단기 부양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1차 지급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최소 15만원에서 최대 45만원 상당의 쿠폰을 지급하며, 2차는 국민의 90%에게 10만원을 추가 지급한다. 이와 별도로 비수도권 주민에겐 3만원, 소멸 위기 지역 주민에게는 5만원이 추가로 지급된다. 이에 따라 광주 시민은 1인당 18만~53만원, 전남 도민은 20만~55만원 상당의 소비쿠폰을 받게 된다.
쿠폰은 지역화폐로 지급되며, 주소지 관할 지자체 내 전통시장과 자영업 가맹점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사용 기한은 11월 30일까지로, 시행과 동시에 소비 유도 효과는 물론 현금 유동성에 시달리는 자영업자들에게는 즉각적인 매출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침체된 지역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에 활력을 불어넣는 데 적잖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가계 부담을 완화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도 노려볼 수 있다.
물론 일시적인 소비 전이 효과, 물가 상승 압력, 재정 부담 증가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필자는 이 소비쿠폰이 단순한 일회성 지원을 넘어 위축된 소비 심리를 회복하고 지역경제에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 기여하기를 기대한다. 정부가 대규모 재정을 투입해 추진하는 정책인 만큼 실질적인 효과가 반드시 뒤따라야 할 것이다.
지역의 경기 침체는 단순한 소비 부진을 넘어선 구조적 민생 위기로 나타나고 있다. 폐업률과 연체율 상승이라는 통계는 이 위기의 깊이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민생회복 소비쿠폰은 단기 회복의 마중물이 될 수 있지만, 진정한 지역경제 회생을 위해서는 지역사회 전체가 함께 고민하고 연구하며 시행착오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이제는 단기 위기 대응을 넘어, 민생 재건의 관점에서 정책을 설계해야 할 시점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