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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항 컨테이너부두 야드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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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항 컨테이너부두 야드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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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해운사 컨테이너선이 기항한 광양항 컨테이너부두 |
문제는 처리시설이 늘어나도 물동량이 따라오지 못하면 항만 운영 전반에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자동화 부두가 진정한 성장동력이 되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물동량 확대 전략이 절실한 시점이다.
광양항은 현재 연간 272만TEU를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지난 2022년부터 추진된 ‘광양항 항만 자동화 테스트베드 구축사업’이 2029년 초 완료되면 처리능력은 136만TEU가 추가돼 총 408만TEU로 확충된다. 선석 수도 현재 8개에서 12개로 늘어난다.
이로써 광양항은 세계 78위(2024년 기준) 컨테이너 항만에서 단숨에 39위권으로 도약하게 된다. 동북아 핵심항만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열리는 셈이다. 하지만 이러한 양적 확대가 항만 경쟁력 강화로 직결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물동량 창출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크다.
실제로 지난해 광양항의 컨테이너 물동량은 201만TEU에 그쳤다. 개장 26년이 지나도록 성장세가 좀처럼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현재 가동률은 73.4%지만 자동화 부두가 완공되면 처리능력이 늘어나는 만큼 가동률은 49.3%로 반토막이 난다. 가동률 하락은 곧 운영수익 저하로 이어지고, 터미널을 맡아 운영할 민간 사업자가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운영사 입장에서는 부두사용료를 감당하기 어렵고, 결국 항만공사가 직접 운영하거나 사용료를 면제해주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그럴 경우 항만공사의 재정 부담은 커지고, 장기적으로 부실화 우려까지 제기될 수 있다.
따라서 자동화 부두의 성공적 안착을 위해서는 로컬화물과 환적화물 창출이 핵심이다. 업계에서는 자동화 부두 개장 전까지 최소 150만~200만TEU의 추가 물동량을 확보해 총 350만~400만TEU 수준의 실질적인 처리량을 달성해야 한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로컬화물 유치와 환적화물 확대 전략을 병행해야 한다.
우선 로컬화물의 경우 광양항 배후권역 기업들이 보다 편리하고 비용 효율적으로 항만을 이용할 수 있도록 접근성과 서비스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또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 개발을 가속화해 자체 물동량을 창출할 수 있는 산업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환적화물 확대도 필수적이다. 광양항은 지리적으로 동북아 중심에 위치해 있고, 미주항로로 향하는 동남아 화물을 중간 환적하기에 적합한 입지를 갖추고 있다. 실제로 타이완 가오슝항의 경우 연간 900만TEU를 처리하며 이 중 약 45%가 동남아 화물의 환적이다. 반면 광양항의 환적물동량은 한진해운 파산 전인 2015년 58만TEU(전체의 24.8%)에서 지난해 31만TEU(15.5%)로 급감했다. 환적화물만 회복해도 전체 물동량은 크게 늘어날 수 있다. 중국 연안항과 동남아 주요항만의 틈새 환적화물을 끌어올 수 있는 인센티브 제도와 셔틀항로 시스템 구축이 절실하다.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등장도 광양항이 직면한 새로운 도전이다. 이미 2만4000TEU급 선박이 운항 중이고, 머지않아 3만TEU급 선박도 등장할 전망이다. 이러한 선박들은 길이 400m, 폭 61m에 달해 하역장비뿐 아니라 항로 여건도 대폭 개선돼야 한다. 국제기준에 따르면 2만4000TEU급 선박이 안전하게 입출항하기 위해서는 항로 수심 18.4m, 폭 800m 이상이 확보돼야 하지만 현재 광양항은 수심 16m, 폭 600m 수준에 머물러 있다. 부산항 신항은 이미 수심 17m를 확보했고, 진해신항은 23m까지 계획 중이다. 그럼에도 광양항의 증심사업은 정부의 제4차 항만기본계획(2021~2030년)에 포함되지 않아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 초대형 선박 유치를 통한 원양항로 확보와 환적화물 증대를 위해선 조속한 항로 정비가 불가피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광양항이 자체적으로 물동량을 만들어낼 수 있는 산업기반을 갖추는 일이다. 로컬화물이 많아야 선사와 화주 유치가 용이하다. 하지만 광양항의 취약점은 배후경제권이 협소하다는 것이다. 부산항은 연간 로컬화물이 1100만TEU, 인천항은 350만TEU를 처리하지만 광양항은 170만TEU에 불과하다. 인구와 산업기반이 상대적으로 약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광양만권 경제자유구역 내에 화물창출형 첨단산업단지를 조성해 새로운 물류수요를 만들어내야 한다.
특히 광양항 총 물동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석유화학산업(1억4300만t)이 최근 침체를 겪고 있어, 화물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대체할 신성장 산업 육성이 절실하다. 첨단소재, 수소·에너지, 배터리 등 미래산업을 중심으로 한 고부가가치 물류수요 창출이 관건이다.
김현덕 순천대 물류학과 교수는 “광양항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글로벌 선사 유치를 통한 환적화물 확대와 함께 배후단지 및 광양만권 경제자유구역의 산업 고도화가 병행되어야 한다”며 “자체 화물창출 능력을 키우는 것이 장기적 관건”이라고 말했다.
광양=김귀진 기자 lkkjin@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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