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빗장 거는 은행들…내 집 마련 실수요자 ‘비상’
검색 입력폼
경제일반

대출 빗장 거는 은행들…내 집 마련 실수요자 ‘비상’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주택담보대출 잇단 조이기
지방확대·한도 축소 등 입주예정자 잔금 차질 우려

광주지역 도심 아파트 전경. 연합뉴스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기조가 한층 강해지면서 시중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문턱을 잇달아 높이고 있다.

대출 한도를 줄이고, 대출모집인을 통한 신규 접수를 중단하는 등 사실상 ‘대출 조이기’에 나서면서 내 집 마련을 준비하던 실수요자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주택담보대출 금리마저 최고 연 7.5%에 육박하면서 주택 구매 계획을 미루거나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혼합형(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최근 연 4.77~7.49% 수준까지 상승했다. 금리 상단은 2022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평가된다.

기준금리는 현재 연 2.75% 수준이지만 시장에서는 향후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장기금리에 선반영되면서 고정형 대출금리가 빠르게 뛰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연 4.17~6.58% 수준으로 상대적으로 낮지만, 기준금리 추가 인상 시 부담이 커질 가능성을 안고 있다.

하지만 금융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부담은 금리보다도 대출 자체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가계부채 증가세를 억제하기 위해 금융권에 총량 관리를 주문하면서 은행들은 잇달아 대출 취급 기준을 강화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국내 증시 상승세와 맞물려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이 급증하자 은행들이 상대적으로 관리가 쉬운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속도 조절에 나섰기 때문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이양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5대 은행의 기타대출 증가액은 3조4658억원으로 연간 관리 목표를 크게 웃돌았다. 예상보다 빠르게 불어난 신용대출 증가세가 주담대 규제 강화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주요 은행들은 최근 들어 대출 규제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생활안정자금 목적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기존 최대 6억원에서 3억원으로 절반 축소했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대출모집인을 통한 일부 주택담보대출 신규 접수를 중단했고, 일부 은행은 수도권뿐 아니라 지방까지 대출 심사를 한층 강화하는 모습이다.

실수요자들의 불안은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경기 수원 ‘매교 팰루시드’에서는 정부의 대출 총량 관리 이후 집단대출이 사실상 막히면서 입주 예정자들이 잔금 마련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6개 협약은행 가운데 일부만 대출 접수를 진행하고 대출 물량도 크게 줄어들면서 입주 차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같은 불안감은 전남광주도 예외가 아니다. 올 하반기와 내년 초 입주를 앞둔 첨단3지구 계약자들 사이에서도 대출 규제 강화에 대한 우려가 번지고 있다. 최근 은행별 대출 한도 축소와 심사 강화가 잇따르면서 당초 계획했던 잔금대출을 제때 받을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첨단3지구 한 아파트 입주를 앞둔 직장인 김모씨(36)는 “분양 계약 당시만 해도 대출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최근 들어 은행마다 조건이 계속 바뀌고 한도도 줄어든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잔금을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 걱정”이라며 “혹시라도 대출이 예상보다 적게 나오면 부족한 자금을 어디서 구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부동산업계도 비슷한 분위기를 전하고 있다.

광주의 한 공인중개사는 “최근 계약자들의 문의 대부분이 분양가나 시세보다 ‘대출이 얼마나 나오느냐’에 집중돼 있다”며 “은행별 취급 기준이 수시로 달라지면서 실수요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광주지역 부동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불안감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한 이용자는 “서울에서는 대출이 거절됐다는 사례도 나오던데 광주도 곧 영향이 오는 것 아니냐”며 “막히기 전에 미리 신청해야 하는 것 아닌지 고민된다”고 적었다. 또 다른 이용자는 “디딤돌대출을 신청해 놓은 상태인데 혹시라도 심사 과정에서 거절될까 걱정”이라며 “금리도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 대출 부담이 커졌는데, 이제는 대출 자체를 못 받을까 봐 더 불안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은행권은 총량 관리를 위해 대출 취급 속도를 조절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지만 시장에서는 실수요자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특히 이미 계약을 마친 뒤 잔금을 준비하는 수요자들은 갑작스러운 한도 축소나 대출 중단이 가장 큰 부담이다. 기존에는 가능했던 대출이 심사 과정에서 축소되거나 지급이 지연될 경우 추가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증가세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만큼 은행권의 대출 문턱은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은행권의 월별 가계대출 증가 추이를 점검하며 총량 관리를 지속하겠다는 방침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상과 시장금리 상승, 가계대출 총량 관리가 동시에 작용하면서 대출받기가 이전보다 훨씬 어려워진 것이 사실”이라며 “당분간 은행들은 가계부채 관리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실수요자들도 대출 가능 한도와 금리를 미리 확인하고 자금 계획을 보다 보수적으로 세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은지 기자 eunzy@gwangnam.co.kr         김은지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광남일보 (www.gwangnam.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